국세청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를 상대로 전격적인 특별(비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이날 오전 KCGI 본사에 요원들을 급파해 회계자료 등을 전격 예치했다. 사전 예고 없이 진행된 이번 조사에 금융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조사4국은 단순 정기 점검이 아닌, 기업의 조세 회피 및 탈세 혐의를 정밀 조사하는 부서다. 이들이 움직였다는 것은 KCGI의 특정 혐의가 포착되었음을 의미한다. 내부 거래를 통한 수익 편법 증대나 조세 회피 정황이 조사 대상일 가능성이 크다. 국세청은 아직 조사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단순한 검토 수준이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CGI는 2018년 강성부 대표가 설립한 행동주의 사모펀드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적극적인 주주 행동을 펼쳐왔다. 그러나 정작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면, '기업 가치 개선'보다 내부 거래를 통한 수익 극대화가 주요 전략으로 보인다. 강 대표와 특수관계자가 71.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KCGI자산운용과 KCGI대체운용 등 관계사가 운용하는 20여 개 펀드도 특수관계자로 묶여 있다.
특히, 2023년 KCGI의 별도 기준 매출 201억 원 중 165억 원(82.4%)이 특수관계자와의 내부 거래에서 발생했다. 관리보수(60억 원), 성과보수(92억 원), 배당수익(13억 원) 등 사실상 '자신들끼리 돈을 돌리는' 구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세청이 이러한 내부 거래를 조세 회피 수단으로 판단할 경우, 대대적인 세무 제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KCGI는 과거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적극적인 개입으로 주목받았으며, 2023년 8월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하는 등 세를 확장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에는 DB하이텍 소액주주 연대로부터 '고의적인 경영권 위협을 통한 단기 차익' 혐의로 검찰에 피소되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번 국세청 조사가 탈세 정황을 포착할 경우, KCGI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특히 한양증권 인수를 추진하며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조세 리스크가 불거지면 심사 통과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에서는 "행동주의 펀드라는 가면 뒤에 숨은 불투명한 내부 거래가 결국 발목을 잡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