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이 또 하나의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엔 단순한 투자손실이나 내부 보안사고가 아니라, 형사수사 과정에서의 정보 유출이다. 수사기밀이 고객에게 흘러들어간 정황. 이는 금융기관의 보안책임이나 서비스 차원의 실수가 아니라, 윤리 통제체계의 중대한 균열을 드러내는 사건이다.
지난 21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하나증권 A지점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지점의 전·현직 지점장이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수사받는 피의자에게 금융영장 발부 사실을 사전에 전달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이 피의자는 위성통신기업 인텔리안테크의 전직 임원으로, 계약 정보 입수 후 주식을 매입해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해당 수사정보가 외부로 새어나간 직후, 관련 증거가 인멸됐다고 보고 있다.
이 사건은 금융기관의 기밀보호 의무를 근본부터 흔든다. 내부 직원이 수사 대상자와의 유착관계 속에서 기밀을 흘리고, 회사는 해당 직원에 대한 징계도 보류하고 있는 상황. 금융시장의 공정성과 사법질서 모두를 훼손할 수 있는 중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증권은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조치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 사안을 더 중대하게 만드는 건, 이것이 하나금융그룹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 중 하나라는 점이다. 하나은행에서는 총 127억 원 규모의 허위서류 기반 부당대출이 수년간 이어졌고, 그중 74억 원이 회수되지 못한 상태다. 내부 통제 미흡은 물론이고, 금감원의 점검 대상에서도 빠지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사고는 외부인의 투서로 드러났다.
하나금융 계열사인 하나금융파인드에서는 해커에 의한 고객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름, 연락처, 생년월일, 주소 등 민감한 정보가 외부로 빠져나갔으며, 일부의 경우 주민등록번호와 직업 정보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증권의 사례는 이들 사건과 성격이 다르다. 경찰 수사라는 민감한 절차에 금융기관이 비공식적으로 개입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직원 일탈’로 치부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다.
세 건의 사고는 개별 사건으로 보이지만, 공통된 구조적 문제를 내포한다. 내부정보 유출, 통제 미비, 리스크 감지 실패 등 반복적 결함은 그룹 전반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진다.
하나금융은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신뢰 기반이 훼손된다면, 숫자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올해 초,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본연의 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철저한 위험관리와 엄격한 내부통제를 통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연이어 드러난 부당대출, 개인정보 유출, 수사정보 누설 등 사건들은 이 기조가 현장에서 제대로 뿌리내렸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지금 하나금융에 필요한 것은 사건별 임시방편이 아니라, 그룹 차원의 진단과 전면적인 개혁이다. 함 회장의 신년사가 공수표로 남지 않으려면, 지금이 바로 행동으로 보여줄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