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상반기 결산 공시 임박…회계기준원 경고에 달라진 점 있을까?

  • 등록 2025.08.13 13:33:49
크게보기

IFRS17 원칙 무시한 ‘일탈 회계’ 논란…계약자 배당 제외해 보험부채 축소, CSM 과대계상 지적
삼성전자 지분 매각·삼성화재 지분법 적용 여부, 유배당 계약자 배당 재원 현실화 관건
‘계약자지분조정’ 예외 처리로 배당 가능성 외면…회계기준원 “기준 위반, 기준서 개정 검토”

삼성생명이 13일 발표할 상반기 결산보고서를 앞두고 회계정책을 변경할지 여부가 금융권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삼성생명이 수십 년 전부터 판매해온 유배당보험과, 이를 통해 확보한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 주식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유배당 계약에 적용된 ‘일탈 회계’ 방식이 IFRS17도입 이후 기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삼성생명이 원칙에 맞춰 회계정책을 조정할지 주목된다.  외부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 역시 이번 회계처리를 두고 난처한 처지에 놓여 있다.

 

유배당보험은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수익을 내면, 그 초과 이익의 일부를 보험계약자에게 배당 형태로 되돌려주는 상품이다. 삼성생명은 1957년부터 1992년까지 약 35년간 이 상품을 대량 판매했으며, 당시 모집한 보험료 상당 부분을 삼성전자·삼성화재 등 그룹 계열사 지분 매입에 사용했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지분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연결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사들인 주식으로 수익이 발생해도, 그 이익이 실제 유배당보험 계약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성생명은 계열사 주식을 매각하지 않으면 실현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배당을 하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보험계약자는 사실상 ‘이익 공유’ 약속이 이행되지 않는 구조에 놓이게 됐다. 이러한 상황은 IFRS17 도입 이후 본격적으로 문제가 불거졌다.

 

IFRS17은 보험계약으로부터 발생할 미래의 현금흐름(보험료 수입, 보험금 지급, 배당 등)을 계리적 가정(사망률, 해지율 등)에 따라 추정하고, 이를 시중금리로 할인해 현재가치로 평가하는 ‘시가 회계’를 원칙으로 한다. 즉, 보험사는 향후 지급할 가능성이 있는 계약자 배당금 역시 보험부채로 인식해야 하며, 관련 자산의 매각 가능성과 수익 실현 계획이 회계상으로 명확하게 존재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 아래서라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주식을 계약 기간 동안 일정 시점에 처분해 이익을 실현한다는 가정을 세우고, 해당 이익에서 계약자에게 지급할 배당금의 현재가치를 산정해 보험부채에 포함시켜야 한다. 배당은 계약 기간 중의 현금 유출 항목이기 때문에, 이는 부채로 잡혀야 하는 항목이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이 원칙을 따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은 매각 계획이 없으며, 계약자에게 배당금이 지급될 가능성도 없다고 가정한다. 그 대신 계약자에게 줄 수 있는 몫은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별도 계정으로만 분류하고 있으며, 이 계정은 IFRS17의 시가평가 원칙에 따라 미래 가치를 반영하지 않는다. 대신 현재 보유한 주식의 평가액 변동만을 반영한다. 이로 인해 보험부채 규모는 줄어들고, 보험사의 미래 이익으로 인식되는 CSM(보험계약마진)은 과대 계상된다는 것이 회계기준원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왜 삼성생명은 이렇게 일탈적인 회계방식을 고수하는가? 이유는 명확하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지분을 매각하고 그 이익을 계약자에게 배당할 경우,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삼성물산 →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간접 지분 구조가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한 회계처리의 문제가 아니라, 그룹 전체의 통제 구조와 직결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실제로 매각한 일이 있었다. 이는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함에 따라, 금융산업구조개선법상 비금융 계열사 보유한도를 초과하게 되자 법적으로 불가피한 조치였다. 또한,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에는 해당 지분에 대해 ‘지분법 회계처리’ 적용 여부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분법을 적용할 경우 삼성화재의 순이익 중 삼성생명 보유 지분율에 해당하는 금액이 삼성생명의 당기순이익으로 인식되며, 이는 곧 계약자 배당 재원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 지분 매각 이익과 삼성화재 지분법 반영 이익이 합쳐지면 이익이 발생하고, 손실을 보전한 후 남는 금액의 90%는 계약자 몫으로 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회계기준원은 삼성생명이 이처럼 계약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수익이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실현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이를 보험부채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회계기준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한상 회계기준원 원장은 최근 포럼에서 “삼성생명의 계약자지분조정 회계는 IFRS17을 도입한 다른 국가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방식”이라며, “하반기 결산에서도 개선이 없다면 기준서 자체를 개정해 강제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삼성생명이 회계정책 자체를 바꾸는 대신, 주석 공시 형태로 계약자지분의 위험이나 배당 가능성 등을 공개하는 선에서 ‘타협’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보험부채의 평가 구조와 CSM 계산 방식이 투명하게 드러나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기준원의 지적을 피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생명의 유배당 회계 논란은 단순한 회계방식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금융소비자에게 약속한 수익 배분을 이행하지 않는 소비자 보호 이슈이자, 삼성그룹이라는 거대 기업의 지배구조 유지를 위해 보험계약자의 권리가 후순위로 밀리는 구조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결국 이번 결산 공시는 회계의 원칙과 기업의 이해관계 중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곽동신 a1@livesnews.com
Copyright @2012 라이브뉴스 Corp. All rights reserved.



PC버전으로 보기

A1축산(주) 전화 : 02-3471-7887, 010-6280-7644 / E-mail : a1@livesnews.com 주소 : 서울 강남구 도곡로 1길 14 삼일프라자 829호 Copyright ⓒ 라이브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