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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처럼 직원들의 가슴에 스며든 구호, “우리가 남이가!” 동원채혈이 시작되기 전 혁신 파급의 기회를 엿보던 중앙본부에서는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이번 동원을 좋은 기회로 활용하자는 복안을 세우고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1년에 한 번도 모이기 힘든 전국의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혁신의 필요성과 조직의 비전을 이해시킬 수 있다면 전국적인 파급효과를 노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06년 8월 9일. 뜨거운 여름 해가 저물기 시작할 무렵, 전국 각지에서 집결지인 산장으로 직원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미리 준비해간 삼겹살과 소주를 꺼내자 중앙본부에서는 본부의 혁신 비전과 실천사항들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직원들의 분임 토의를 유도했다. 그리고 집결지인 경북 예천의 사투리에 맞춰 “우리가 남이가! 함께 생각하고 함께 갑시다!”라는 혁신 구호를 직원들에게 전파시켰다. 삼삼칠 박수 호흡에 맞춘 ‘우리가 남이가’라는 구호에는 방역본부만의 남다른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항상 현장에서 활동하기에 서로 이름도 잘 모르는 직원들에게 서로가 남이 아님을, 비정규직의 비애를 늘 품고 사는 직원들을 방역본부가 보듬고 그들의 정규직화를 위해 노력하고 함께 갈 것임을 다짐하고 약속하는 구호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남이가! 함께 생각하고 함께 갑시다. 짝짝짝! 짝짝짝! 짝짝짝짝 짝짝짝! 파이팅!” 다음날, 예천 공설운동장 집결한 직원들은 어제 익힌 혁신 구호를 힘차게 외친 후 편성된 조별로 현장을 향해 출발했다. 방역본부의 동원채혈 소식을 들은 예천시와 농협, 면직원들이 새벽부터 나와 이들을 격려했고 마을마다 이장, 반장들이 방역본부 직원들을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흩어져 찾기 힘든 축산농장들을 직접 안내해 빠른 채혈을 도왔다. 오후 4시가 되자 현장에서 한 조가 임무를 종료했다는 보고가 접수되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 처음으로 함께 일했는데도 직원들은 일사분란하게 호흡을 척척 맞춰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채혈을 마쳐갔고, 한 시간 후인 오후 5시에는 모든 조가 임무를 완수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담당 출장소가 한 달 동안 해야 할 물량, 총 214개 농가, 814마리의 소를 단 하루 만에 채혈하는 엄청난 성과를 거둔 것이다. 집결지로 돌아와 서로를 바라보는 직원들의 가슴엔 뿌듯함이 용솟음쳤고 얼굴엔 단합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의 기쁨이 넘쳐났다. 소속감과 결집력의 힘과 희열을 공감하며 막연하게나마 혁신이 조직에 부여할 새로운 희망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채혈을 끝낸 직원들은 그날 밤 다시 산장에 모여 서로의 고생을 격려하며 밤늦도록 조직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이 나눈 것은 혁신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희망이었고 뜨거운 가슴으로 느낀 애사심과 함께 뭉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벅찬 자신감이었다. 기회를 살려 꽃피운 혁신의 봄 동원채혈을 계기로 방역본부 내부에는 혁신에 대한, 조직에 대한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직원 대부분이 20~30대인 조직만의 강점을 살려 뭔가 한번 같이 해보자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이다. 중앙본부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조금씩 보이는 혁신의 싹에 온기를 더했다. 임원들이 현장에 내려가 직원들을 독려하며 방역본부의 비전과 혁신방향을 설명했고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본부장을 중심으로 혁신추진팀, 리더, 변화요원 등 65명의 혁신추진 조직을 만들었는데, 이것은 사실 모든 일반직 직원이 혁신 조직원로 편성된 것이었다. 우선 중앙본부와 도본부, 도본부과 출장소, 출장소간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선후임간에 멘토와 멘티를 정해 운영했다. 고객인 축산농가들에게 전문화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각종 업무관련 교육을 강화했고 궁극적인 조직의 목표를 “더 빠르고 든든하며 차별화된 방역지원”로 정해 함께 움직이도록 했다. 얼어붙었던 조직 내부에 활력이 돌고 여러 통로를 통해 방역본부 직원들의 달라진 근무태도에 대한 칭찬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소 채혈 검사가 폭주한 8월부터 11월까지 방역본부 직원들은 휴일도 휴가도 없이 일했고 일선 직원들의 고통에 동참하기 위해 중앙본부 직원들도 전원 다 휴가를 반납하고 지원활동에 전념했다. 그 결과 방역본부는 상반기 대비 250%라는 괄목할만한 생산성 향상을 이뤄냈고 정부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 전년의 75.4점에서 79점으로 전년대비 5%나 향상되었다. 바쁜 업무에도 농민들을 ‘고객’ 개념으로 새롭게 접근하자, 단순한 채혈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겪는 고충과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도록 우리가 연구하고 돕자는 고객만족 혁신의 성과가 구체적인 결과로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방역본부의 활동에 대한 축산농가들의 칭찬의 소리가 커지자 한우협회 등이 나서 농림부에 방역본부의 활약상을 얘기했고 농림부장관이 직접 강원도의 한 방역 현장을 찾아 방역본부 직원들을 격려하며 방역본부의 발전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방역본부는 이 자리에서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 중앙본부 청사 신축 이전, 방역본부 업무 확대 지원 등을 보고하며 고생한 직원들의 승급 부분에 대한 정부 지원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방역본부는 혁신 우수자 1호봉 승급, 표창과 상금 지급 등을 현실화했고 혁신 우수 도본부에는 기관표창과 함께 인센티브를 부여해 조직을 위한 혁신과 헌신이 결코 헛수고가 아님을 전 구성원에게 각인시켰다. 보상을 통해 혁신의 봄빛 희망을 구체화하고 이들 조직의 새로운 동력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운 희망의 증거가 되다 “축사를 계속 돌아다니다 보면 방역복과 장화를 벗어도 몸에 소똥 냄새가 나죠. 식당에 가면 아줌마들이 냄새난다고 자꾸 눈치를 줘서 얼마 전엔 길에다 차를 세우고 자장면을 시켜먹었습니다. 그런데 자장면 배달원이 저를 보더니 자기보다 불쌍한 사람 처음 봤다고 혀를 끌끌 차기에 그 다음부터 전 자장면도 안 시켜먹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방역차 안에서 컵라면을 먹는 방법인데요. 아마 저 같은 분들 많으실 겁니다. 이 뜨거운 컵라면을 놓을 거치대를 만드는 비법이 제가 발표할 혁신 내용인데요. 우선… ”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가 처음 연 혁신 BP대회. 전국의 직원들은 각자의 업무 중에 조금씩이라도 혁신할 수 내용들을 연구해 수줍게 발표하고 있었다. 가축 묶을 줄을 엉키지 않게 하는 법, 발버둥치는 돼지를 다치지 않게 할 코 보정대, 친근감 있게 농장주를 부르는 방법, 방역차량 안 물품 정리법…. 사소하지만 그들의 업무를 좀 더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소개되었다. 방역사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긴 다양한 혁신 내용들이 발표됐고, 그중 환경측정 장비를 활용해 축사환경을 과학적으로 측정해주고 농가에 그 결과를 알려줘 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사례 등은 곧바로 전국 현장에 파급, 실시되었다. 방역본부는 전문성을 높여서 축산농민들을 돕기 위해 직원들에 대한 전문 기술 교육을 늘리고 외부 전문기관 위탁교육을 확대하면서, 한편으론 교육 참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직원들을 위해 사이버 교육을 강화했다. ‘글로벌 피그’ ‘애니몰 헬스디자이너’ 같은 방역본부만의 독특한 학습동아리가 생겨났고 회원은 초기 30여명에서 130명으로 늘어났다. 직원들은 가축들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방역본부에 전화해 물어볼 수 있도록 농가마다 방역본부의 전화번호가 담긴 스티커를 부착했고 중앙본부에서는 방역위생에 대한 이야기들을 소식지로 묶어 농가에 매달 배포했다. 또 그때그때 문제가 되는 질병을 농민들이 알기 쉽게 만화로 그려 나눠줌으로써 먼저 농가 스스로 전염병을 예방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각 지방별로 유명한 수의사를 초빙해 정부의 농정 홍보가 아닌 농가에 꼭 필요한 내용들을 강의하고 농민들의 궁금증을 뚫어주는 것 또한 요즘 방역본부가 집중하고 있는 일이다. 양축농가가 무엇을 원하는지 미리 예측하고 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자는 생각으로 실질적인 혁신을 차근차근 조심스럽게 이뤄나가고 있는 것이다. “제가 직원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혁신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그냥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것 중에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조금씩이라도 바꿔나가는 게 바로 ‘혁신’이라구요. 우리가 하고 있는 이런 활동들이 소소해보일지 모르지만 작은 걸음이라도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가 목표로 하는 큰 꿈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겁니다. 직원들도 저도 이제 그 희망을 믿습니다.” 노천섭 전무의 말처럼 방역본부는 지금 혁신의 봄을 만끽하고 있다. 그리고 그 희망과 노력의 힘은 혁신 1단계 기관을 1년이란 짧은 시간만에 4단계 기관에 올려놓는 경이적인 성과를 이루어냈다. 봄은 겨울을 인내하고 기다리는 자의 몫이며 희망은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다. 혁신을 통해 서로가 남이 아님을, 함께 생각하고 함께 전진할 수 있음을 알게 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방역본부 안엔 지금 들꽃처럼 소박한 희망의 봄꽃들이 만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