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금융정책의 핵심 과제로 ‘금융소비자 보호’와 내부통제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NH농협은행이 임원 책임을 완화하는 감경·면책 조항을 새로 도입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내부통제 인력은 대폭 늘렸지만, 정작 사고 발생 시 책임을 져야 할 임원에 대해서는 출구를 열어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최근 수년간 준법감시와 내부통제 인력을 빠르게 확충해왔다. 2023년 20~30명 수준이던 준법감시 인력은 2024년 60명, 2025년 88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12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외형상 내부통제 강화에 상당한 공을 들인 셈이다.
그러나 인력 확충에도 불구하고 금융사고는 줄지 않았다. 금융사고 발생 건수와 금액은 2023년 6건·394억 원에서 2024년 19건·453억7500만 원으로 급증했고, 2025년에도 상반기(1~7월) 기준으로만 8건, 약 275억 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100억 원 이상 대형 금융사고가 2024~2025년 사이에만 네 차례 발생하며 내부통제 시스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내부통제 강화라는 명분 아래 새로 마련된 임원 감경·면책 기준이다. 윤 의원실에 제출된 ‘내부통제 소홀에 따른 인사조치 기준’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2025년부터 내부통제 활동이 일부라도 있었다고 판단될 경우, 금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임원에 대해 감경 또는 면책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신설했다. 아울러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1회 사고는 경고에 그치고, 2회 이상 반복 발생해야 인사조치를 하는 단계적 구조를 도입했다.
제재 대상은 기존의 공시 대상 금융사고(10억 원 이상)에서 금융감독원 보고 대상 전체 금융사고로 확대됐다. 하지만 면책 요건이 동시에 포함되면서, 실제로는 책임 범위를 넓히기보다는 임원 책임을 희석하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고의 결과보다는 ‘내부통제 활동이 있었는지 여부’가 책임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되는 구조라는 점에서다.
내부 제보 제도 역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NH농협은행은 금융사고 관련 내부 제보 포상금을 기존 3억 원에서 최대 30억 원으로 대폭 상향했지만, 실제 금융사고 관련 제보는 단 한 건도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외부 제보 역시 실질적인 조사 권한이 내부 준법감시 부서에 집중돼 있어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보자가 보호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포상금 확대는 형식적 조치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와 대비된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금융권 전반에 대해 내부통제 강화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핵심 국정 과제로 제시해왔다. 금융산업 진흥 중심으로 운영돼 왔던 정책 방향에서 벗어나,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고 소비자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런 흐름 속에서 NH농협은행의 감경·면책 조항 신설은 책임 강화를 가장한 ‘면책 통로’를 제도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책무구조도가 도입된 상황에서, 내부통제 실패의 책임을 명확히 하라는 제도의 취지와 달리 면책 기준을 세분화한 것은 제도 정신과 어긋난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책무구조도는 사고 발생 시 “누가 책임자인지”를 분명히 하기 위한 장치인데, 오히려 책임을 줄이는 근거로 활용될 여지를 키웠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겉으로는 준법감시 인력 확대와 제재 대상 확대를 내세우지만, 실제 설계는 관리자 책임을 줄이는 방향으로 읽힌다”며 “소비자 보호보다 조직 방어 논리가 앞선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