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금융 계열사 내부에서 무게 중심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원팀 금융 전략’의 상징으로 불렸던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존재감이 이전보다 옅어졌다는 관측과 함께, 자동차금융을 담당하는 현대캐피탈의 역할이 빠르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출발점으로 거론되는 시기는 2021년 경영 체제 개편이다. 당시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은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되며 통합 금융 리더십 구조를 사실상 해체했다.
이전까지 카드·캐피탈·커머셜을 아우르던 단일 의사결정 체계에서 벗어나 계열사별 기능과 책임이 분리됐고, 정 부회장의 역할도 카드 중심 경영과 중장기 전략 영역으로 재편됐다. 통합 금융을 이끄는 상징적 리에서 기능별 분업 체제의 한 축으로 자리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이후 그룹의 성장 축이 이동하면서 체감 변화는 더 커졌다. 전기차 전환과 글로벌 판매 확대가 본격화되자 완성차 판매와 직접 연결되는 모빌리티 금융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현대캐피탈의 위상이 강화됐다. 특히 2024년 투자은행 출신 정형진 대표가 현대캐피탈 수장으로 선임되면서 이런 흐름은 더욱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약 25년간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몸담았던 정 대표를 영입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설득이 이어졌고, 정의선회장이 직접 나설 만큼 공을 들였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같은 해 3월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기존 대표 체제를 검토하던 과정에서 인선 방향이 바뀐 점 역시 단순한 교체 이상의 전략적 판단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현대카드는 여전히 카드업계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PLCC 확대, 디지털 서비스, 데이터 기반 마케팅 등에서 성과를 내며 본업 경쟁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카드업 특성상 카드 수수료 인하 압박과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 소비금융 규제 기조 속에서 성장 여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완성차 판매 확대와 함께 자산이 늘어나는 자동차금융과는 성장 서사의 성격이 다르다.
결국 이런 구도 속에서 정태영 부회장의 존재감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특정 경영자의 위상 변화라기보다 금융 계열사의 역할이 달라진 데 따른 결과에 가깝다. 과거 브랜드와 혁신을 상징하던 카드 중심 구조에서, 판매와 자산 확대를 직접 뒷받침하는 모빌리티 금융 중심 구조로 축이 이동하면서 상징성과 주목도가 재배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