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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계협회, 계란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이 시장혼란 키워

농식품부, 원인분석은 외면하고 생산자 협박만...반복된 수급불안, 근본 원인부터 점검해야...

산란계협회에 따르면 최근 유튜브로 공개된 지난 24일(금) 농림축산식품부 확대간부회의에서 박정훈 식량정책실장이 장관에게 보고한 내용을 밝혔다.


박정훈 실장은 "수입을 해서 푸는데도 산지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 작년에도 이유 없이 가격이 올랐다. 그래서 산란계협회를 담합 조치까지 했는데 아직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증거는 없지만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것이 아닌가. 이걸 국세청에 얘기할까, 경찰에 수사를 시킬까 고민하고 있다.“고 보고 했다.


이 발언은 최근 정부의 계란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어 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정부는 지난해 대한산란계협회(이하 “협회”)에 가격 인하를 요구한 뒤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협회 제공가격이 판매원가에 미달함에도 담합으로 몰아 처분했고, 계란 수급 등 모든 협의에서도 협회를 배제했다.


또한 담합처분을 이유로 협회에 대한 법인 허가취소까지 진행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무혐의 처분한 농가들까지 담합 가담자로 분류하여 3년간 정책자금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도록 조치하였다.


또한 1천억 원이 넘는 국민 혈세를 투입해 2억 개 이상의 계란을 수입했지만 가격이 정부의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이제는 세무조사와 경찰수사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정책이 기대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면 먼저 정책과 예측모형을 점검하는 것이 순서이다. 그런데도 원인을 다시 생산자에게서 찾으려는 접근은 계란시장의 가격형성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가격발견 기능은 없애고 사후통계만 남긴 정책


도매시장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가격발견(price discovery)​이다. 거래를 통해 형성된 가격을 시장참여자들에게 신속하게 제공함으로써 다음 거래의 기준이 되는 시장신호(price signal)를 제공하는 기능이다.


계란은 도매시장을 통해 가격이 형성되는 농산물과 유통 구조가 다르다. 운송 과정에서 파손 위험이 크고, 외관만으로 품질을 판단하기 어려우며, 하루 약 5천만 개가 생산되는 연속생산 품목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 GP(선별포장장)를 통해 직접 거래되는 구조에서 협회의 가격정보는 전국 산지의 실거래와 당일 수급상황을 반영해 다음 거래의 기준이 되는 참고가격(reference price)으로 활용되며, 사실상 계란시장의 도매시장 가격발견 기능을 수행해 왔다.


반면 정부가 농가의 참고자료로 활용하도록 하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의 발표가격은 이미 거래가 종료된 가격을 조사·집계하여 발표하는 사후통계이다. 과거 거래를 설명하는 통계자료일 뿐 앞으로의 거래를 위한 시장신호는 아니다.


즉, 협회의 가격정보는 앞으로의 거래를 위한 전망정보이고, 축산물품질평가원의 가격은 이미 끝난 거래를 집계한 통계정보라는 점에서 기능 자체가 다르다.


그럼에도 정부는 두 기능을 동일한 것으로 판단하여 협회의 가격정보를 중단시켰다. 그 결과 시장에는 앞으로의 거래를 위한 가격발견 기능은 사라지고 과거를 설명하는 통계만 남게 되었다. 이는 운전자에게 앞을 보지 말고 백미러만 보며 운전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장에서 가격신호가 사라지고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자 유통업체들은 물량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하게 되었고, 계란가격은 역대 최고 수준까지 상승하였다.


또한 시장의 견제 역할을 하던 가격신호가 약화되면서 소매 단계에서는 ‘쪼개팔기'(30구에 9,000원 → 10구에 5,000원 등)와 같은 변칙적인 가격 인상이 성행하고, 매장 간 가격 격차도 더욱 커졌다.


생산자 역시 전국 수급상황을 적시에 파악하기 어려워 도태 시기와 병아리 입식 등 수급조절에도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정부 통계와 함께 민간기관이나 생산자단체의 시장전망 정보를 함께 제공하여 정보비대칭을 줄이고 시장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참고 EU 자료).


반면 우리나라는 가격발견 기능을 없애는 정반대의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정보비대칭은 심화되고, 수급은 왜곡되며, 시장의 투명성까지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반복된 정책 실패, 이제는 예측모형을 점검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사육수량을 기준으로 계란가격을 "6월 안정", "추석 전 안정"을 전망했지만 실제 가격은 11월에야 안정되었다. 올해도 "6월 안정", "7월 안정"을 전망했고, 1천억 원이 넘는 예산의 손실을 보며 계란을 수입했음에도 가격은 정부의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예측은 틀릴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방식의 예측이 2년 연속 반복적으로 실패했다면 시장을 의심하기보다 예측모형부터 점검하는 것이 정책의 기본이다.


정부의 예측은 주로 사육 마릿수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사육 마릿수는 생산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일 뿐 계란 생산량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제 생산량은 AI와 각종 질병, 산란율, 주령 분포, 폐사율, 폭염, 병아리 수급, 노계 비중 등 다양한 생산·소비 변수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이러한 변수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면 정확한 가격 예측과 대응은 어렵다.

 

예측 실패의 책임을 생산자에게 돌려서는 안 된다.


정부는 지난해 계란가격 상승의 원인을 대한산란계협회의 가격정보에서 찾았고, 결국 협회를 담합으로 제재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판단이 맞았다면 협회의 가격정보가 완전히 중단된 이후에는 가격이 하락했어야 한다.


실제로는 협회의 가격정보가 1년이 넘게 중단되었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까지 이루어진 이후에도 계란가격은 정부의 예상과는 반대로 움직였다. 원인으로 지목했던 변수를 제거했는데도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다면, 최초 원인 진단이 적절했는지부터 다시 검증하는 것이 합리적인 순서이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증거도 없이 상상력만으로 "보이지 않는 손"을 언급하며 세무조사와 경찰수사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정부는 가격발견 기능을 없애고 시장을 예측하는 데 필요한 정보는 줄여놓은 반면, 예측이 실패하자 시장을 다시 분석하기보다 생산자를 의심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는 정책 실패의 원인을 정책이 아닌 시장참여자에게서 찾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책은 추정이나 의심이 아니라 데이터와 객관적인 분석에 기초해야 한다.


지금 농림축산식품부에 필요한 것은 세무조사나 경찰수사가 아니다. 계란시장의 가격형성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반복된 예측 실패의 원인을 객관적인 데이터에 따라 재검증하는 일이다.


정책은 실패할 수 있으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원인을 잘못 진단한다면 같은 실패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시장 안정의 출발점은 생산자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이해하는 데 있다. 정보비대칭을 해소하고 가격발견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시장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국민 부담을 줄이는 가장 빠른 길이다.


시장은 압력이 아니라 정보로 움직인다. 정책도 상상이 아니라 데이터와 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것이 계란시장을 안정시키고 국민 부담을 줄이는 가장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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