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업계의 호황으로 최대 흑자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유독 KB국민카드가 11년 만에 결산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시장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손실 흡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금융권에서는 해외법인의 부실이 배당 중단의 원인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1년 전보다 15%가량 증가한 4,02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KB국민카드는 과연 왜 이례적으로 배당을 포기했을까?
배당 중단의 배경에는 KB국민카드의 해외사업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네시아 PT KB파이낸시아멀티파이낸스(KB FMF)는 2024년 3분기까지 34억3,800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캄보디아 아이파이낸스리싱 또한 같은 기간 13억 7,300만 원의 손실을 냈다. 지난해 해외법인 부문에서만 신용손실충당금이 820억 원 증가했으며, 이는 KB국민카드의 전체 순이익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결국, 해외법인의 부실을 보전하기 위해 배당 재원을 유보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KB국민카드는 현재 인도네시아 KB FMF, 태국 KB제이캐피탈(KBJ Capital), 미얀마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특히 KB FMF는 자동차·오토바이·내구재 할부금융을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으며, KB국민카드가 2020년 7월 지분 80%를 인수하며 자회사로 편입한 바 있다. 이후 본사의 지급보증을 통해 조달비용을 절감하고, 상품성 개선과 영업력 확대를 추진하며 성장해 왔지만, 실적 부진과 높은 부실채권 비율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동남아 경제가 생각보다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5~9월까지 연속 5개월 동안 디플레이션을 겪었고, 3분기 GDP 성장률도 4.95%로 5%를 밑돌았다. 특히 섬유·봉제 등 핵심 제조업이 위축되면서 기업 활동이 둔화되고, 금융권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인도네시아 최대 섬유·의류 생산 업체인 스리텍스(Sritex)의 파산으로 인해 동 기업에 대출을 제공한 국내 은행들을 포함해 총 28개 은행이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KB국민카드가 배당을 강행할 경우, 해외법인의 손실을 메우는 데 사용할 자금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시장 변화 대응'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해외사업 리스크를 고려해 배당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배당은 기업이 주주들에게 실적을 보상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KB국민카드는 이를 포기하면서까지 내부 자금을 비축하는 길을 선택했다. 과연 이는 일시적인 선택일까, 아니면 해외사업 부진이 장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KB국민카드가 앞으로 어떤 대응 전략을 내놓을지 금융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4년 KB금융 계열사 중 은행과 증권, 손보, 라이프 등은 모두 배당금을 책정했으며 관련 금융업계도 최대 영업이익과 배당 잔치를 하고 있는 가운데 BC카드와 KB카드만이 미배당을 결정해 무슨 속사정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