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정훈 회장이 이끄는 한국토지신탁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자회사 코레이트자산운용을 살리기 위해 자사주를 담보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하면서 주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자회사 관리 실패로 발생한 손실을 ‘주주 몫’으로 꼽히는 자사주로 메우는 구조가 드러나며 “오너 책임은 빠지고 비용은 주주에게 전가된다”는 비판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15일 자기주식 5.89%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200억 원 규모의 사모 EB 발행을 결정했다. 청약과 납입은 23일이며, JB우리캐피탈과 주요 증권사들이 인수자로 참여했다. 발행 전 기준 한국토지신탁의 자사주 비율은 13.5%에 달한다.
이번 EB 발행은 조달 자금 200억 원 전액을 종속 자회사 코레이트자산운용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투입하기 위한 것이다. 코레이트자산운용은 2024년까지만 해도 매출 307억 원, 영업이익 85억 원을 기록했으나, 펀드 투자금 반환 소송 2심 패소 이후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됐다.
회사 측은 반환 가능 금액을 117억6900만 원으로 보고 해당 금액 전액을 소송충당부채로 인식했다. 이로 인해 영업외비용은 2024년 1~9월 0.26억 원에서 2025년 1~9월 120억 원으로 급증했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 62억 원, 당기순손실 181억 원을 기록했다.
누적 손실은 자본 잠식으로 이어졌다. 이익잉여금은 2024년 말 146억 원에서 2025년 9월 말 –252억 원으로 전환됐고, 자본총계 역시 178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떨어지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 상태로는 자산운용사 영업 지속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자회사 부실은 모회사 실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국토지신탁은 2025년 1~9월 별도 기준 영업이익 294억 원을 기록했지만, 자회사 실적을 반영한 연결 기준 영업손익은 156억 원 적자로 전년 동기 218억 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자사주는 통상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지만, 이번에는 계열사 부실을 메우는 재원으로 사용됐다. 정부와 정치권이 자사주 소각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강조하는 기조와도 엇갈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자회사 관리 실패에 대한 오너의 책임이 분명한 상황에서 사재 출연이나 선제적 구조조정 없이 자사주부터 동원한 점을 두고 주주 부담 전가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쿼드자산운용은 한국토지신탁 지분 3%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번 EB로 교환대상 주식 5.89%가 시장에 풀리면 ‘즉각적 희석’이 발생해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토지신탁이 현금 및 현금성자산 108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왜 이를 먼저 증자대금으로 쓰지 않았는지” 이사회에 질의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차 회장 개인의 사법 리스크도 변수로 남아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부는 2024년 7월 차 회장의 수십억 원대 배임·횡령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에서는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의 대주주 및 계열사 등이 시행사 등에 20여 차례, 약 1900억 원을 대여하고 평균 18% 이자로 약 150억 원을 수취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대주주 자녀 소유 회사의 미분양 해소를 위해 임직원에게 자금을 대여해 분양률을 끌어올렸다는 정황도 포함됐다. 11월에는 조사4국이 한국토지신탁을 대상으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