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무혐의, ‘몰랐다’는 말보다 ‘증거’가 먼저

  • 등록 2026.02.05 14: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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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회 가담’하고도 무혐의 이끌어낸 결정적 이유는?

 

현대 사회에서 지능화된 금융 범죄는 더 이상 타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의 범죄 양상은 선량한 시민을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의 공범이나 조력자로 가담시키는 치밀한 수법으로 진화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구인 구직 사이트나 고수익 아르바이트 광고를 활용하여 사회 경험이 부족한 청년층이나 재취업을 희망하는 중장년층을 교묘하게 포섭한다. 이들은 정상적인 채권 회수 업무나 단순 심부름인 것처럼 피해자를 속여 현금 수거 및 전달책으로 활용하며, 피의자는 자신이 중대한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수사 기관의 추적 대상이 된다.

 

보이스피싱 사건의 핵심 쟁점은 가담자가 불법적인 행위임을 인지했거나, 혹은 충분히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인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법원은 피의자가 확정적인 범죄 의사가 없었더라도, 비정상적인 업무 지시나 불투명한 자금 흐름을 보고 '이것이 혹시 불법적인 일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가졌음에도 행위를 계속했다면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이처럼 보이스피싱 무혐의 입증이 까다로운 환경 속에서 피의자가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몰랐다'는 주장을 넘어선 객관적인 정황 증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오엔법률사무소 백서준 대표변호사는 "보이스피싱 가담자로 지목되면 대부분의 피의자가 당황하여 감정적인 호소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수사 기관은 객관적인 정황 증거를 토대로 고의성을 판단한다. 전달 횟수가 많을수록 범죄 인지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므로, 초기 단계부터 논리적인 방어 논리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보이스피싱 무혐의를 이끌어낸 사례를 살펴보면 대응 전략의 중요성이 더욱 명확해진다. 한 피의자는 검찰 사칭 조직에 속아 가짜 구속영장과 공문을 확인한 후, 국가 기관의 업무를 돕는다는 명목 아래 무려 20여 차례에 걸쳐 다른 피해자들의 현금을 수거해 전달했다. 수사 기관은 전달 횟수가 매우 많다는 점을 들어 피의자가 범죄를 인지하지 못했을 리 없다고 강하게 압박했으나, 면밀한 법리 검토를 통해 반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당시 사건을 맡은 오엔법률사무소 백서준 대표변호사는 피의자가 조직원과 나눈 텔레그램 대화 내역 전체를 분석하여 피의자 또한 철저히 기망당한 피해자임을 입증했다. 또한 한 달간의 동선을 추적해 CCTV 영상을 보전하고, 피의자가 도주나 은닉의 의도 없이 지시에 따랐음을 증명했다. 여러 관할 경찰서에서 동시에 진행된 20여 건의 조사에 모두 동석하여 논리적인 의견서를 제출한 결과, 전체 사건에 대해 불송치 및 무혐의라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이처럼 보이스피싱 무혐의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피의자가 마주했던 구체적인 상황을 세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구인 과정에서 제시된 공고의 내용이 상식적인 수준이었는지, 조직원이 보낸 위조 서류가 일반인이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했는지, 그리고 업무 수행의 대가로 받은 수당이 통상적인 아르바이트 급여와 비교해 과도하지 않았는지 등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된다. 법원은 피의자의 학력과 경력, 평소의 사회적 지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범죄 인지 능력을 평가하기 때문에, 개별 사안에 맞는 맞춤형 방어 논리가 필요하다.

 

백서준 대표변호사는 "보이스피싱 사건에 가담하게 된 경우, 본인이 받은 기망의 수법과 범죄의 고의가 없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무혐의를 결정짓는 핵심이다. 수많은 피해 사례와 연결된 연쇄 사건일수록 모든 조사 단계에서 일관된 법리적 대응을 유지해야 실형의 위기에서 벗어나 보이스피싱 무혐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곽동신 a1@live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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