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노은농산물도매시장에서 발생한 대전세종충남항운노동조합(이하 대전항운노조)의 하역 중단 사태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공영도매시장 질서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임이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대전광역시는 불법 하역 중단과 각종 업무방해 행위를 방치한 채, 사태의 책임을 피해자인 도매시장법인에 전가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생산자·출하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한국후계농업경영인대전광역시연합회,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등 생산자·출하자 대표단체는 12일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대전항운노조의 불법 하역 중단과 노조법 개정 취지 악용, 그리고 이를 사실상 묵인한 대전광역시의 직무유기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사태의 본질을 외면한 대전시 녹지농생명국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농안법 무력화한 하역 중단, 피해는 농민에게 전가
하역비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제78조와 대전광역시 조례에 따라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서 심의·결정하도록 명확히 규정돼 있다. 하역비의 실질적 부담 주체는 생산자·출하자이며, 도매시장법인인 대전중앙청과는 출하자가 부담한 비용을 전달하는 역할만 수행할 뿐, 하역비를 결정하거나 인상할 권한이 없다.
그럼에도 대전항운노조는 권한이 없는 대전중앙청과를 상대로 하역비 인상과 하역 독점 서약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당하자 2025년 5월 2일 예고 없이 하역 업무를 전면 중단했다. 하루 평균 267톤에 달하는 청과물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농민과 영세 상인들이 입는 피해는 하루 약 7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하역 중단 당시 약 300톤의 농산물이 폐기 위기에 놓였고, 대전중앙청과 임직원들이 밤샘으로 직접 하역 작업을 수행해 간신히 피해를 막았다. 이후에도 대전항운노조는 도매시장 내 불법 천막 설치, 장송곡 방송, 경매장 단체 난입 등 업무방해 행위를 지속해 왔다.
‘노동조합+인력공급업체’ 이중 지위, 노란봉투법 악용 논란
이번 사태는 항운노조가 가진 특수한 법적 지위가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항운노조는 법적으로는 노동조합이지만, 동시에 하역 인력을 공급하는 인력공급사업자의 지위를 함께 갖고 있다. 이는 1960년대 항만 하역 현장의 폭력·브로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직업안정법상 예외적으로 허용된 구조다.
대전항운노조는 이 제도를 근거로 2001년 이후 20여 년간 대전 노은시장 하역 업무를 사실상 독점해 왔으며, 위원장은 24년째 동일 인물이 맡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독점 구조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전항운노조는 하역비 인상과 독점 계약 요구가 거부되자, 인력 공급 대상에 불과한 대전중앙청과를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원청’이라고 주장하며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대전중앙청과가 이를 거부하자, 노조는 단체교섭 거부를 이유로 부당노동행위라며 고발까지 진행했다. 물류업계에서는 “인력 공급업체가 또 다른 업체를 상대로 ‘진짜 사장 나오라’며 교섭을 요구한 황당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불법 의혹까지… 그러나 대전시는 침묵
대전항운노조를 둘러싼 각종 불법 의혹도 잇따르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의 고소에 따르면, 노조는 조합원 임금에서 매달 1.5%를 산재보험료 명목으로 원천징수했지만 실제 근로복지공단에 납부한 금액은 절반 수준에 불과했고, 차액의 사용처는 불분명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직업안정법상 허용되지 않은 비조합원·아르바이트 인력을 불법 고용하고, 이들에게도 일당의 4%를 ‘조합비’ 명목으로 공제하면서 정식 조합원 자격은 부여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0여 년간 하역비를 현금으로만 수령해 왔다는 점에서 탈세 의혹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중대한 사안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대전광역시는 관리·감독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고, 오히려 행정사무감사에서 ‘법인 공모제’를 대안으로 언급하며 책임을 도매시장법인에 전가했다.
“불법은 방치, 책임은 전가… 명백한 직무유기”
생산자·출하자 단체들은 “하역을 중단하고 시장 질서를 파괴한 주체는 노조인데, 아무런 잘못이 없는 법인을 공모제로 압박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완전히 왜곡한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행정 책임 회피”라고 비판했다.
대전중앙청과는 하역 전문업체와 용역 계약을 체결해 법인이 직접 하역비를 부담하고 있으며, 그 결과 출하자들의 비용 부담은 오히려 줄어든 상황이다. 단체들은 “상을 줘도 모자랄 상황에서 공모제를 거론하는 것은 헌신한 주체를 처벌하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생산자·출하자단체의 요구
생산자·출하자 대표단체들은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대전광역시는 대전항운노조가 도매시장 내에 설치한 불법 천막·깃발·현수막을 즉각 철거하라.
불법 하역 중단과 노조법 악용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고 ‘공모제’를 대안으로 제시한 대전광역시 녹지농생명국장은 즉각 사퇴하라.
이들은 “공영도매시장은 특정 노조의 독점 수단이 아니라 농민과 시민을 위한 공공 인프라”라며 “불법과 행정 방기를 끝까지 묵과하지 않고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