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이 판매한 독일 부동산 펀드가 사실상 전액 손실 위기에 처하면서 또다시 불완전판매 의혹에 휘말렸다. “연 6% 확정이자”라는 말만 믿고 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은 기준가 0.01원이라는 통보를 받고 충격에 빠졌다. 금융감독원은 해당 펀드 판매 과정에 위법성이 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기 위해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SBS 보도에 따르면, 문제가 된 펀드는 2018년 이지스자산운용이 설정한 ‘이지스 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229호’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심업무지구에 위치한 ‘트리아논 빌딩’을 실질적 투자 대상으로 삼았다. 공모와 사모를 통해 각각 1,875억 원가량을 모집하고, 현지 금융기관 대출 5천억 원을 포함해 약 9천억 원 규모로 조성됐다.
문제는 이 펀드가 후순위 투자 구조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선순위 대출이 상환된 이후에야 투자금 회수가 가능한 구조였지만, 투자자들에겐 이런 위험성이 제대로 안내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판매 당시 일부 증권사 직원들이 “6개월마다 수익이 정해져 나온다”, “연 6% 확정수익”이라는 식으로 상품을 설명한 녹취 자료도 확보됐다.
투자자 A씨는 SBS에 “마이너스는 없고, 계속 연 6% 이상 수익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 안심했다”며 “이게 후순위 위험자산이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 펀드는 최근 기준가가 0.01원으로 추락했다. 트리아논 빌딩을 소유한 현지 SPC(GaG)가 지난해 말 도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투자원금 회복 가능성도 사실상 사라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펀드 만기가 10월 31일임을 감안하더라도 “현 시점에선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정기검사 대상 증권사였던 대신증권을 상대로 해당 펀드 판매 과정을 전면 점검 중이다. 모든 판매 직원의 녹취파일과 상담기록, 설명자료 등을 확보해 설명의무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위법 소지가 확인될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한별은 현재 대신증권 및 일부 판매사에 자율 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한 상태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후순위 구조, 외화 환헤지 실패 가능성, 공실률 리스크 등 핵심 요소에 대한 설명이 부실했으며, 상품설명서에도 위험 고지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대신증권은 “해당 펀드는 아직 만기 전이며,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금감원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은 대신증권이 과거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불완전판매 논란에 휩싸인 전례가 있는 만큼, 향후 사적 화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집단소송 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