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겸직 경영' 도마 위… 유상증자 후폭풍에 주주 신뢰 흔들

  • 등록 2025.07.03 14: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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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윤 전무 5개사 IR 총괄, 김동관 부회장 4개사 대표 겸직… 지배구조 투명성 시험대에

한화그룹이 ‘오너 3세 체제’의 안착을 선언한 지 불과 석 달여 만에, 다시 주주들의 불신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3월 단행한 3조6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여진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핵심 임원들의 과다한 계열사 겸직 구조가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상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무는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한화 등 한화그룹 주요 5개 계열사의 IR(기업설명) 담당을 단독으로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명의 임원이 지주사부터 비상장 방산 계열사까지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고 있는 셈이다.

 

한 전무는 국제 신용평가기관 S&P 출신으로, 2021년 한화솔루션에 합류해 상무로 승진한 뒤 IR팀장을 맡았다.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IR까지 겸직했고, 2023년에는 한화오션 주가 관리를 위해 급파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지주사인 ㈜한화의 IR 업무까지 담당하게 되면서, 사실상 그룹의 대외 신뢰 확보와 투자자 커뮤니케이션을 소수 인물 중심으로 집중시킨 구조가 드러났다.

 

문제는 이같은 겸직 구조가 기업설명의 신뢰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 전무는 지난 2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는 “한화오션 지분 인수에 자금 조달 필요성은 없다”고 밝혔으나, 이후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지금 투자를 놓치면 뒤로 밀린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이에 대해 일부 주주들은 “과연 누구의 이익을 대변한 설명이었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고 한 바 있다.

 

국내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중에서는 지주사 또는 핵심 계열사 IR 임원이 다른 주요 계열사 IR을 겸직하는 사례는 전무하다. 이는 각 사의 독립적인 주주책임과 투자자 신뢰 확보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겸직 구조는 IR에 국한되지 않는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현재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임팩트 등 4개사에서 대표이사직을 겸임하고 있으며, 한화오션에서는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직 중이다. 주요 계열사의 전략·재무·IR 등 경영 의사결정을 총괄하는 구조가 개별 기업의 이해보다는 그룹 차원의 결정에 종속될 가능성을 높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다수의 의결권 자문기관은 김 부회장의 이사 선임에 대해 '충실의무 저해 우려'와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을 이유로 반복적인 반대 권고를 내린 바 있다.

 

그룹 내부에서도 유사한 겸직 사례는 확산돼 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한화시스템 대표를 겸직 중이다.

 

이에 대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겸직을 하는 기업들도 일부 있으며, 모든 절차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진행된 것”이라며 “문제될 부분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은 시장과 주주들의 높아진 ‘경영 투명성’ 기대 수준과 괴리가 있다는 평가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책임경영 기조와 한화의 경영구조는 방향이 정반대”라며 “지분 승계는 마쳤지만 시스템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신뢰를 회복하려면 이제는 오너 중심 통제를 벗어나, 기능별 책임과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구조로 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철진 a1@live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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