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은 목 한가운데 위치한 나비 모양의 내분비기관으로, 체내 신진대사와 체온 조절을 비롯해 장기 기능 전반에 관여한다.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해지는 상태인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초기에는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소소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나중에는 신체 여러 시스템에 영향을 미쳐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말 그대로 갑상선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이 부족해지는 상태를 말하며,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몸의 반응으로 체중이 증가하거나 추위에 민감해지는 등의 변화가 나타난다. 신진대사가 느려지면서 신체가 평소보다 적은 에너지를 쓰게 되며, 피로감, 집중력 저하, 변비, 건조한 피부, 생리 불순, 부종 같은 다양한 증상들이 동반된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들은 워낙 흔하게 볼 수 있는 문제들이라, 대부분 별다른 의심 없이 넘어가기 쉽다. 체중이 늘어나도 식습관이나 운동 부족 탓으로 돌릴 뿐, 갑상선 이상을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증상만으로는 갑상선 기능의 이상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밀한 진단이 필요하다. 혈액검사를 통해 갑상선호르몬 수치를 측정할 수는 있지만, 수치가 정상처럼 보이면서도 조직 내에 이상이 있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런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초음파 검사다. 초음파는 갑상선 내부의 구조적 변화나 혹, 염증 소견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기능적인 저하와 함께 혹이나 암까지 함께 체크할 수 있는 유용한 진단 도구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하시모토 갑상선염'이다. 이는 면역체계가 자신의 갑상선 조직을 공격하면서 점진적으로 기능을 떨어뜨리는 자가면역질환으로, 국내에서는 전체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의 약 80%가 이 질환과 연관되어 있다. 특히 여성에게서 흔하며, 호르몬 변화가 많은 40~50대 연령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별다른 자각 없이 천천히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뚜렷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위험군이라면 정기적인 갑상선 검사가 필요하다.
임신을 계획 중이거나 불규칙한 생리를 겪고 있는 여성이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갑상선 호르몬은 태아의 뇌 발달과 직결되는 중요한 물질이기 때문에, 기능저하가 있는 상태에서 임신을 하게 되면 유산이나 불임, 태아의 성장 이상 등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조기에 진단하여 호르몬 보충 치료가 적절히 이루어진다면 대부분의 경우 건강한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
갑상선 기능 저하는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하는 약제를 복용하여 비교적 간단히 치료할 수 있다. 다만 적정한 용량을 조절하기 위해 정기적인 혈액검사가 필요하며 자의적으로 복약을 중단하거나 약의 용량을 줄여서는 안 된다. 또한 갑상선 호르몬제를 과다복용해도 심장 박동 이상이나 골다공증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관리 아래 치료가 진행되어야 한다.
안양 조은유외과 김준호 원장은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애매해 놓치기 쉬운 질환이지만, 초음파 검사를 통해 기능 이상뿐만 아니라 혹이나 암의 징후도 조기에 확인할 수 있다. 가족력이 있거나 최근 들어 피로감이 심해졌거나 체중이 눈에 띄게 늘어난 이들이라면 단순히 갱년기 증상으로 치부하지 말고 한 번쯤은 초음파 검사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