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양돈산업의 회복탄력성을 보며…

  • 등록 2017.02.08 1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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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FTA 이행지원센터 부연구위원

지난 1월 18일 우리 연구원에서 주최한 2017년 농업전망대회의 핫이슈 중의 하나는 돼지 생산액이 그동안 농업생산액 1위를 고수해왔던 쌀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이는 올해 큰 변수가 없는 한 돼지 사육두수 증가세가 이어질 것임을 의미한다. 양돈산업의 이러한 발전추세는 2010년 말부터 발생한 일련의 가축질병에 따른 피해를 감안할 때 그 의미가 매우 크다.
 
2010년 11월부터 2011년 5월까지 발생한 구제역으로 돼지 총 사육두수의 약 30%인 332만 마리가 살처분되었다. 그 결과 2011년 돼지고기 수입량은 전년 대비 71.2% 증가한 52.4만 톤을 기록했다. 다행히 이후 국내 돼지 사육두수는 예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되었다.
그러나 2014년 상반기에 돼지유행성설사병, 2014년 12월부터 2015년 5월까지 구제역, 2016년 구제역과 돼지열병이 연이어 발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돈산업은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규모가 확대되었다.


이와 같은 추세만을 놓고 보면, 양돈산업이 시장개방화시대를 맞아 위기에 직면하여 자칫 국내 시장점유율을 수입산에 빼앗길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 극복하고 오히려 발전의 계기로 삼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를 소위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강하다고 표현한다.


모든 품목 혹은 산업의 회복탄력성이 양돈산업처럼 강한 것은 아니다. 회복력이 약한 산업이 가축질병, 이상기후 등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인한 일시적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국내 시장점유율을 수입산에 내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 당근이 대표적인 품목 중의 하나이다. 2004년 9월 집중호우, 2007년(나리)과 2012년(볼라벤, 덴빈)의 태풍 피해로 제주산 당근 생산량이 급감했고, 이를 계기로 당근 수입이 급증했고 국산 자급률은 이미 50% 이하로 하락했다. 이는 2016년 10월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제주산 겨울당근 생산량이 2015년 대비 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자급률 회복 가능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면 2016년 말부터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AI)로 2천만 마리 이상이 매몰된 산란계산업의 회복력은 어떨까?
국산 계란 공급량이 부족하여 급기야 신선 계란이 수입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AI가 상시적으로 발생하여 수입계란 소비가 보편화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소비자는 많지 않은 듯 보인다. 다시 말해 대부분이 산란계산업의 회복탄력성을 믿고 있다. 그러나 산란계 사육규모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1년 이상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적어도 이 기간 동안 소비를 줄이지 않는 이상 신선 계란 수입이 불가피하다는 의미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가축질병 발생이 점차 상시화되는 가운데 이와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부인하기도 어렵다.


사실 이상 당근의 사례에서 처럼 특정 품목의 자급률 하락의 원인을 가축질병, 자연재해 등의 불확실성 요인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왜냐하면 수익성 저하에 따른 농가의 생산의욕 저하, 농업인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생산기반 약화, 수입개방에 따른 경쟁력 약화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농업의 회복탄력성을 더욱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특히 다수의 FTA 이행으로 본격화되는 수입개방은 회복탄력성이 약한 산업에 더욱 치명적이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당면 문제들은 곧 우리 농업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한 과제인 셈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AI가 진정되는 국면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정부, 관계 기관 및 농가가 머리를 맞대고 산란계산업의 정상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가 감기를 앓은 뒤 저하된 체력 보강에 힘쓰는 것처럼, 해당 산업의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한 근본적 체질 개선에 힘써야 한다.
즉, 단순히 산란계 사육마릿수 회복을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산란계산업의 피해가 컸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에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설령 앞으로 재발한다고 할지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빠른 기간 내에 회복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 강화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유년(丁酉年)을 맞아 닭들의 비극(?)이 하루 빨리 종식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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