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IBK기업은행의 자회사인 IBK투자증권이 대표이사 연임과 임원 인사,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내부 폭로성 게시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잇따라 게시되면서, 정치권 연줄 개입 의혹과 함께 공공기관으로서의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이 도마 위에 올랐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6월 25일과 2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두 편의 게시물이다. ‘세상에 둘도 없는 No.1’과 ‘2층 정신병동’이라는 제목의 이 글들은 각각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이사와 Y 임원을 지목하며, 이들의 연임 배경과 조직 운영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행태를 고발했다. 단순한 풍문 수준을 넘어 내부 사정을 상세히 알고 있는 인물에 의한 폭로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글의 내용은 내부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서 대표에 대해서는 고(故) 장제원 전 의원과의 인연, 정치 정세 변화에 따른 ‘파란색 연줄’ 확보 등 정치권 인맥을 기반으로 한 연임 성공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게시글에 따르면, 서 대표는 “부임 당시 빨간색 정치인의 비호를 받았고, 이후 정치 지형이 파란색으로 기울자 작년 연말 휴대폰 교체, 카카오톡 삭제, 차량 블랙박스 교체까지 한 뒤 급히 파란색 연줄을 찾아 연임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작성자는 또한 “해당 정치인이 고인이 되자 본래 정치 색이 드러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표현해, 연임 과정에 정치권 개입이 결정적이었다는 뉘앙스를 담았다.
IBK투자증권은 대표이사 연임이 드문 조직으로, 과거 실적이 우수했던 전임 대표들 조차 연임에 실패한 사례가 있었다. 김영규 전 대표는 재임 기간 중 당기순이익을 60% 이상 끌어올렸음에도 연임에 실패했지만, 서 대표는 정치 지형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자리를 지켰다는 평가가 회사 안팎에서 제기됐다.
이튿날 올라온 또 다른 글은 리서치 부문 Y 전무의 조직 내 괴롭힘과 특혜성 인사 문제를 정조준했다. 게시글에 따르면 Y 전무는 사내에서 수차례 괴롭힘 논란의 중심에 있었지만, 회사는 사실상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는 평소 여야를 넘나드는 정치권 인맥을 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정권 차원의 비호 없이는 설명되지 않는 인사”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의 인사는 절차적 정당성 논란도 낳았다. Y 전무는 지난해 7월 리서치본부장으로 선임되지 않고, 존재하지 않던 ‘리서치부문장 전무’라는 직책을 새롭게 만들며 승진했다.
이번 논란은 IBK투자증권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 IBK그룹 계열사 전반에 걸친 인사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낸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은 계열사인 증권·캐피탈·자산운용 등으로 주요 임원들을 순환 배치해 왔다. IBK투자증권에만 최소 3명 이상이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순환 인사는 계열사 간 경영 자율성과 인사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현재 관련 게시물은 삭제돼 더 이상 열람할 수 없는 상태이다. 그러나 IBK투자증권이 국책은행의 계열사라는 점에서, 정치권 인사 개입이나 내부 통제 실패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은 단순히 기업 내부를 넘어 금융 공공기관 전반에 걸친 신뢰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IBK투자증권 측에서는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로써 객관적 근거가 전혀 없는 음해성, 추측성이며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특정인 명예훼손이 지속될 경우 법적 대응 검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