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소리를 얼마나 많이 의지하는지는 청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을 때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흐려지고 강의나 회의에서 중요한 내용을 놓치며, 이로 인해 사회적 관계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순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난청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삶의 질 전반을 뒤흔드는 문제다.
의학적으로 난청은 귀 바깥에서부터 뇌에 이르는 경로 어디에서든 이상이 생길 때 발생한다. 과거에는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가 주된 원인이었지만, 최근에는 이어폰·헤드폰 사용 증가와 같은 생활습관 변화로 젊은 층에서도 소음성 난청이나 돌발성 난청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돌발성 난청은 별다른 전조 없이 갑자기 발생하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빛과소리 하성한의원 이동진 원장은 “돌발성 난청이 진단되면 병원에서는 보통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한다. 청신경이 부종이나 염증으로 눌렸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발성 난청은 단순한 염증 문제가 아니라 극심한 피로와 면역력 저하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따라서 피상적인 염증을 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경 재생과 면역력 회복을 함께 도모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한의원에서는 이를 ‘보법(補法)’이라 하여 부족한 기와 혈, 음양의 균형을 보충해 인체의 회복력을 끌어올리는 치료로 활용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스테로이드제는 단기간 효과가 있지만, 고용량 사용 시 부작용 우려가 따른다. 이때 한방 치료를 병행하면 약물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증상 조절이 가능하다. 즉 대증적 치료에만 머무르지 않고 장기적인 회복과 재발 방지를 함께 노릴 수 있다.”라고 전했다.
한의학적 난청 치료의 특징은 귀를 인체의 한 기관으로만 보지 않는 데 있다. 귀와 연결된 장부의 기능부터 체형 불균형과 같은 구조적 문제, 생활환경까지 함께 살펴 전신 건강과 귀 질환을 동시에 다룬다. 이는 귀 질환이 단일 원인으로만 발생하지 않고 복합적 요인에 의해 나타난다는 점을 반영한 치료 철학이다.
이동진 원장은 “실제로 귀 질환은 신장이나 간 기능의 불균형, 턱 관절이나 경추의 틀어짐 등에서도 영향을 받는다. 이에 한의학에서는 기혈의 순환을 돕는 한약과 신경 압박을 완화하는 약침, 혈류를 개선하는 침 치료를 활용한다. 더 나아가 귀 질환에 연관되는 턱관절과 경추, 흉추 및 요추까지 바로잡는 교정요법과, 체력에 맞춘 단계적 운동요법을 병행해 전신의 균형을 회복함으로써 난청의 근본 원인을 다스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마지막으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환경 관리다. 청신경은 다른 신경들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스트레스나 수면 환경 같은 외부 요인도 청력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다각적인 방면에서 자신의 상태를 살펴 진단받는 것이 중요하다. 막연히 다른 사람의 치료 후기나 유명세에 기대 병원을 선태하기보다는, 환자 개개인의 체질과 건강 상태, 생활환경을 면밀히 살펴 맞춤형 치료를 설계할 수 있는 의료진을 찾아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