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봄은 많은 이들에게 기분 좋은 계절이지만, 호흡기 건강에는 오히려 주의가 필요한 시기다. 기관지나 폐와 같은 호흡기는 외부 환경에 직접 노출되는 만큼, 일교차가 큰 날씨와 건조한 공기, 미세먼지와 황사와 같은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따라서 봄철에는 다양한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는 환자가 늘어나므로, 호흡기 건강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봄철의 불청객인 미세먼지와 황사는 단순히 불쾌한 공기 현상이 아니다. 그 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중금속과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러한 물질은 호흡기를 통해 몸속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 기관지와 폐포에 오염 물질이 도달하게 되면 염증을 유발하고, 기침이나 호흡곤란, 가래 같은 증상을 유도할 수 있다. 알레르기성 천식이나 기관지염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자극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며, 증상이 악화될 위험도 높아진다.

또한 봄철에는 공기의 습도가 낮아 코와 기관지 점막이 건조해지기 쉬운데, 이는 바이러스나 세균이 체내로 침투하기 쉬운 환경을 제공한다. 점막이 건조하면 호흡기 본연의 방어기능이 떨어지고, 그 틈을 타 감기나 독감, 심한 경우 폐렴과 같은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감기는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기저 질환이 있는 고령자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심각한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독감은 고열과 전신 증상을 동반해 일상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

특히 만성 폐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질환인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기관지에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하면서 기침이나 가래, 숨참 등의 증상을 지속적으로 유발한다. 이런 환자들은 미세먼지나 찬 공기와 같은 외부 자극에 취약해 봄철에 증상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봄철에 많이 발생하는 알레르기 비염 또한 호흡기 건강에 영향을 준다.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반려동물 털 등 다양한 알레르겐이 날리기 시작하면 재채기, 콧물, 코막힘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 습관에서부터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많다. 우선 실내 공기 질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는 외출을 삼가고, 실내에서 물걸레 청소를 자주 해 미세먼지 축적을 방지하는 것이 좋다. 주기적으로 환기를 시켜 실내 공기를 정화하고, 공기청정기나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외출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반드시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후에는 손과 얼굴을 깨끗이 씻어 개인 위생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평소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비타민 A, C, E 같은 항산화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신체 전반의 면역기능을 높여야 한다. 특히 노약자나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은 독감 백신과 같은 예방접종을 통해 호흡기 감염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 권장된다.

분당 성모윌병원 내과 이보영 원장은 “봄 날씨가 좋다고 방심하기보다는, 날마다 변하는 기온과 공기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신의 몸 상태를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다. 갑작스럽게 증상이 심해지거나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지속된다면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전문가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고위험군은 증상이 가볍더라도 방치하지 말고, 조기에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