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2012년 신경(信經)분리 이후 최대 규모의 조직개편을 예고하면서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강태영 행장 취임 후 처음 단행되는 이번 개편은 ‘디지털 전환’과 ‘효율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협의 없는 일방적 추진이라는 비판이 노조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농협은행은 내년 1월 1일 자로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할 계획이다.
이번 개편안에 따르면 중앙본부 사업부서 63곳 중 32곳의 업무가 변경되고, 16개 조직이 폐지되거나 격하된다. 수도권 심사센터 3곳은 모두 폐지돼 여신심사부로 일원화되고, 경남지역의 진주·김해 여신관리단은 경남 여신관리단으로 통합된다.
일반계약직의 경우 ‘기간 만료 시 별도 소요인력 및 채용 합의 불필요’라는 문구가 추가돼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농협은행은 유사·중복 업무를 통합하고, 디지털 플랫폼 중심의 조직 재편과 기업금융 활성화, 외환 마케팅 강화 등을 목표로 내세웠다.
그러나 노조는 “조직개편은 단체협약에 따라 반드시 노조와 합의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위원장 우진하)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은행 측은 어떠한 협의도 없이 공청회 하루 전날인 29일 오후에서야 노조에 통보했다”며 “특히 일반계약직 폐지 방침은 노조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사안인데, 이 역시 일방적으로 추진됐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번 개편을 “폭력적 조치”라고 규정하며 “중장기적인 안목 없이 졸속으로 조직을 뜯어고치는 것은 구성원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이 같은 불만은 조직 내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가 11월 초 본점과 IT부문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311명 중 74%(966명)가 조직개편안에 반대했다. 찬성은 19%(254명)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7명 중 5명 이상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셈이다.
반대 이유를 보면, 단순한 변화 거부라기보다 ‘소통 부재’에 대한 불신이 핵심이었다. 반대 응답자 중 32%는 ‘부서 간 협의가 부족했고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28%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무리한 개편’이라고 지적했다. “개편의 방향성은 이해하지만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였고, 일부 직원은 “공청회가 형식에 그쳤다”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설문에서 강태영 행장의 업무 수행에 대해 “잘 못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62%(813명)에 달했다.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8%에 그쳤다. 긍정 평가의 8배가 넘는 비율이 부정적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단순히 조직개편 반대 정서를 넘어, 경영진과 직원 간 신뢰가 이미 상당히 손상돼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특히 IT부문은 “해체 수준”이라는 내부 평가가 나올 정도로 변화 폭이 크다. 농협은행은 IT부서의 절반가량을 농협카드, 디지털부문, 신설 AI데이터부문 등으로 이관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불만이 폭발했다.
IT조직은 과거에도 경영진과 마찰이 잦았다. 이석용 전 행장 시절, 경기도 의왕에 있던 IT부문을 서대문 본점 인근으로 이전하려다 노조 반발로 무산된 사례가 있다. 그만큼 IT부문은 ‘다루기 어려운 존재’로 인식돼 왔고, 이번 개편이 사실상 조직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협은행 단체협약에는 조직개편이 노사합의 사항으로 명시돼 있지만, 경영진은 내부 논의 없이 개편안을 확정해 공청회 직전에야 노조에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는 이를 ‘절차 위반이자 신뢰 붕괴 행위’로 규정하며 강태영 행장을 향해 “알량한 고집을 버리고 폭탄과도 같은 조직개편안을 철회하라”고 직격했다.
강 행장은 취임 이후 디지털 경쟁력 강화와 민첩한 조직 체계 구축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구성원 다수가 납득하지 못한 채 추진되는 개편은 효율보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IT, 디지털, 카드 등 핵심 기능이 중복되거나 분절될 가능성이 있어 실질적 시너지보다 내부 갈등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