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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드모트 사태, 302마리 집단폐사…국내 영양제·사료 관리 위한 별도 법제 필요

작년 AI 바이러스 검출…영국과 같이 국내 동물식약청 인증제도 시급

 

집에서 키우던 반려견과 반려묘가 이유를 알 수 없는 무기력증과 신경·근육병증을 앓다 폐사한 사례가 전국적으로 302건 확인됐다. 피해를 입은 강아지와 고양이들은 국내 사료와 국내 영양제를 섭취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부실한 사료 검증 및 관리 체계가 반려인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일 기준 동물보호단체 라이프가 접수한 반려견과 반려묘 피해 사례는 총 2768마리로 이 중 302마리가 죽었다. 이 강아지와 고양이들은 모두 국내 제조원에서 2024년 1~6월 만든 사료와 국내에서 조제한 영양제를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심인섭 라이프 대표는 “전국적으로 반려견과 반려묘의 연령이나 품종과 무관한 피해가 나타났으며 현재까지 확인된 공통점은 사료 이외는 없다”고 밝혔다.

 

문제의 제조원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한 사료와 국내에서 조제한 영양제는 약 38종으로 알려져 있다.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이 사료를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악당에 빗대 ‘볼드모트 사료, 볼드모트 영양제’로 부른다. 과거 국내 사료와 국내 영양제 문제가 터졌을 때 사료명과 영양제명을 직접 거론했다가 국내 업체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한 반려인이 있어 사료와 영양제명을 일부러 언급하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다. 반려견과 반려묘 온라인 카페 등에서는 “볼드모트 사료와 영양제 리스트를 공유해 달라” “이 사료와 영양제도 볼드모트 사료나 영양제에 해당하냐”며 불안을 호소하는 글도 올라온다.

 

 

이번 사태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대한수의학회는 앞서 “증상을 고려할 때 원충성 질병이 유력하게 의심된다”는 입장문을 냈다. 하지만 대한수의학회 측 관계자는 19일 “다수의 사례를 접수한 결과 원충성 질환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검사 의뢰를 받은 사료 30여 건 가운데 3건을 검사했는데 아직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다른 사료와 영양제, 부검 의뢰받은 반려견과 반려묘에 대한 유해물질, 바이러스 검사를 추가로 할 예정이다.

 

의심을 받는 국내 사료의 제조원과 사료회사, 조제원과 국내 영양제회사 역시 “아직 문제가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난 12일 대한수의학회의 입장문에 대해 “원인으로 의심되는 기생충성 질병은 다양한 경로로 감염될 수 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이어지자 문제의 사료와 영양제 판매를 중단한 업체도 있으나 여전히 시중에 판매 중인 것도 있다. 심 대표는 “피해가 대규모로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판매정지’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려인들은 관련 국내 규제가 너무 느슨하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농식품부가 지난해 ‘국내사료 사후관리기준’과 ‘사료검사기준’을 개정했는데 통관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동물성 원료와 이를 가공한 식품을 사료와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국내에서 조제되는 반려동물 영양제에 대해서는 안전성검사를 하는 정부 기관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반려동물 사료 안전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강아지와 고양이 사료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국내 제조업체가 멸균·살균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기회에 반려동물용 사료 관리를 위한 별도의 법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수의학회 관계자는 “사료관리법의 유해 물질 기준 등은 대부분 소, 닭 등 축산동물 기준”이라며 “종마다 다른 특성을 반영한 국내 사료와 영양제 관리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의사인 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는 “국내 사료 유기농 인증 등은 산업을 키워주기 위한 제도로 변질된 경우가 많다”면서 “기준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인증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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