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한국석유공사(이하 석유공사) 대상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은 한국석유공사에서 동해유전 개발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A간부가 은퇴를 앞두고 있다가 퇴직 하루 만에 임원으로 재고용됐다고 밝혔다.
석유공사에서 은퇴 대상 간부를 승진 재고용한 것은 전례없는 일로 사실상 특혜 승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권향엽 의원실이 석유공사에서 받은 최근 10개년 임금피크제 대상자 퇴직 후 재취업 내역 자료에 따르면 10년 동안 ‘퇴직후 재입사’는 A 본부장 1명 밖에 없었다.
지난 2015년 임금피크제가 실시된 이후 지금까지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퇴직후 재고용 사례는 유일무이한 것이다.
A 본부장은 140억 배럴 석유 매장 가능성을 평가한 1인기업 액트지오 설립자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지난 6월 7일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할 당시 배석했던 인물이다.
당시 아브레우 박사와 함께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던 A 본부장은 자신을 “동해유전 평가작업을 총괄했다”고 소개했는데 A 본부장의 당시 직책은 ‘수석위원’이었다.
석유공사는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은퇴 대상자들을 정원에서 빼 별도 관리하고 수석위원, 책임위원, 선임위원 등 별도 직급으로 부른다.
이들에겐 통상 책임과 권한이 있는 역할은 주어지지 않고 주로 ‘보고서 검토’나 ‘자문’ 등 별도 직무가 부여된다.
A 본부장도 은퇴 준비를 위해 석유공사에서 교육비 등을 지원받아 이미 바리스타 초급 및 중급 자격 취득과정을 이수하고 어학 교육까지 받은 상태였다.
A 본부장은 바리스타 교육성과보고서에서 교육소감으로 “은퇴준비를 위한 교육으로 커피의 세계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고 제조 과정을 직접 실습함으로서 사업을 할 수 잇는 기초 역량을 제공했다”고 기재했다.
또한 석유공사는 직원 퇴직일 기준 퇴직금도 지급도 완료했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은퇴 대상으로 정년 퇴직까지 채 1년도 남지 않았던 A 본부장에게 반전이 일어났다.
시추공을 뚫어보지도 않았는데 윤 대통령이 ‘140억 배럴 매장 가능성’ 등 '뻥튀기 발표'로 ‘근거’ 논란이 커지면서 석유공사가 주목을 받게 되면서부터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140억 배럴 매장 가능성’ 분석·평가를 맡았던 아브레우 박사를 데려왔고, 석유공사에선 A 본부장이 ‘총대’를 멨다.
동해유전 프로젝트는 석유공사 국내개발사업처장이 업무를 총괄하는데, 교체된지 얼마 되지 않아 직전 처장인 A 본부장이 나서게 됐다는 게 석유공사 측 설명이었다.
직후 동해유전 논란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6월 14일 석유공사는 수석위원 직급의 A 본부장을 산업부의 ‘동해 심해 가스전개발 TF’로 파견했다.
그로부터 2개월여 뒤인 지난 8월 18일 A 본부장은 퇴직을 했고, 바로 다음날 상임이사 직급으로 재고용돼 E&P/에너지사업본부장을 맡았다.
E&P/에너지사업본부장은 국내유전 개발은 물론이고 아시아 유럽 미주의 해외 자원 개발 업무, 해상 풍력 등 저탄소 에너지 개발 업무까지 포괄해 총괄하는 자리다.
A 본부장이 수석위원 직전 맡았던 국내사업개발처를 관장하는 상급 본부이다.
문제는 임금피크제 대상자는 승급시킬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급조직인 본부장에 앉혔다는 것이다.
석유공사의 임금피크제 운영규정 9조에 따르면 임금피크 대상자는 승급이나 특별승급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을 피하기 위해 석유공사는 곽 본부장을 퇴직시킨 뒤 하루 만에 재고용하는 ‘편법과 변칙’을 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A 본부장을 재고용하기 직전 기존 임금피크제 운영 규정에는 없던 ‘퇴직후 재고용’ 규정이 신설됐다.
A 본부장이 수석위원으로 퇴직하기 18일 전인 지난 7월 31일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재취업 지원 규정인 12조에 부가적으로 파견(12조의2)과 퇴직후 재고용(12조의 3)이라는 2개의 새 규정을 신설해 끼워 넣었다.
퇴직후 재고용은 A 본부장 재고용을 위한 맞춤형으로 급하게 신설됐을 가능성이 있고, 파견은 A 본부장이 산업부 동해 심해 가스전개발 TF팀에 파견된 것에 맞춘 사후 개정으로 해석된다.
권향엽 의원은 “A 본부장에 대한 특혜 승진은 챙겨주기 혹은 입막음용 원포인트 사규 개정으로 보인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한 고발사주 사건의 손준성 검사,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임명된 유병호 전 사무총장, 호주대사로 임명된 이종섭 전 장관 등이 떠오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 의원은 “왜 은퇴교육비며 퇴직금이며 다 받은 사람을 공사 내규까지 개정하면서 재고용하고 승진시켜야 하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