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퇴직공무원들이 임직원으로 재직 중인 민간단체가 중소기업에 공공기관 수의계약 혜택 연장을 돕겠다는 명분으로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조달청이 기업들의 협회 가입을 유도하며 협회를 지원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연수 을)에 따르면, 정부조달기술진흥협회가 우수조달물품 지정 업체 회원사로부터 매달 조달 실적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수수료로 부과하여 기업들로부터 매년 30억 원 이상의 수수료를 부당 수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조달기술진흥협회는 지난 2000년 조달청이 설립을 허가한 사단법인으로 그 해 12월, 조달청으로부터 우수조달물품 지정 업무를 위탁받았다. 그러나 위탁에 법적 근거가 없고 조달청이 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감사원 정기감사 결과에 따라 2023년 6월부터 해당 업무 위탁을 종료했고, 현재 협회 차원에서 우수조달물품 지정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사전 검토하는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조달청은 인지도와 마케팅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초기 중견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우수조달물품 지정 제도를 도입했다. 2023년 기준 우수조달물품 신규 지정 제품은 252개에 불과하지만, 신청 물품은 1,227개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상당하다. 우수조달물품에 지정될 경우 수의계약이 가능한 데다 제3자단가계약이나 총액수의계약 같은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지정기간은 기본 3년이며 수출 등의 국가경제 기여도에 따라 최장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정부조달진흥협회는 조달청 퇴직공무원들의 재취업기관이기도 하다. 정부조달진흥협회에 따르면 현재 조달청 퇴직공무원 6명이 협회의 임직원으로 근무 중이다. 이 중 3명은 최근 3년 사이에 인사혁신처의 취업심사를 받은 조달청 4급 이상 퇴직 공무원으로 이들은 각각 협회의 이사(1명)와 부장(2명)으로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조달청 퇴직자들이 임직원으로 근무 중인 협회가 우수조달물품 지정기간 연장을 돕겠다는 취지로 과도한 수수료를 수취한다는 것이다. 협회는 지정기간 연장을 위한 ‘품질관리’ 명목으로 회원사로부터 매달 조달 매출액의 0.130~0.152%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이러한 수수료는 협회의 주된 수입원이다. 2023년 기준 협회 수입 44억 4,200만원 중 80.4%에 해당하는 35억 7,200만원이 회원사로부터 받은 품질관리 수수료이다.
우수조달물품의 기본 지정기간(3년) 이후에도 혜택을 계속 받기를 원하는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지정기간 연장을 원하게 된다. 협회는 이러한 연장을 돕겠다며 회원 가입을 유도하고, 회원사로부터 매월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정일영 의원실에 제보된 회원사에 따르면, 협회는 실제로 품질관리를 지원하지 않으며, 일회성 서비스 제공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수수료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정부조달기술진흥협회의 수수료 편취에 조달청까지 가세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달청은 업무 위탁이 종료된 2023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우수조달물품 지정계획 공고문에 버젓이 협회의 사전검토 서비스를 안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수조달물품 지정 수여식에서도 협회 가입 안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달청이 퇴직자 재취업기관에 중소․중견기업의 회원 가입을 유도한 것이다.
정일영 의원은 “중소기업의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했던 우수조달물품 제도가 오히려 중소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조달청 퇴직자 재취업기관의 수익창출 사업이 되었다”라고 질타하면서 “지정기간 연장을 빌미로 회원 가입을 유도해 협회가 매년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해당 협회의 주무관청인 조달청은 부당한 수수료 편취에 대해 검사, 감독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해당 법인의 설립허가 취소 등을 검토해야 하며, 이와 함께 조달청의 해당 협회에 대한 특혜와 관련하여 내부 감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