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광주 학동 참사와 관련해 제기한 행정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패소함에 따라 용산 정비창 전면 1구역 재개발 수주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법원이 서울시의 영업정지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함에 따라 향후 HDC현산이 시공사로 선정되더라도 사업 자체가 지체되고 분양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특히 그 동안 HDC현산은 용산구에서 진행한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달리다가 막판 변수로 인해 사업권을 경쟁사에게 넘겨준 적이 있어 이번에도 반복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업계로부터 나오고 있다.
아직 1심이지만 항소심에서 결과를 뒤집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HDC현산이 시공사로 선정될 경우 자칫 분양 등 행정업무가 지연되는 등 조합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 영업정지 확정시 분양 전면 차질 우려
서울행정법원 행정9부(김국현 법원장)는 21일 HDC현산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영업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21년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철거 붕괴사고와 관련해, 서울시가 부과한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이 정당하다고 인정한 첫 법원 판단이다. 재판부는 붕괴 사고가 발생한 2021년 6월 9일 건축물 해체 공사에 부실이 있었고, 이를 진행한 HDC현산에 중대한 과실이 있어 처분사유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고 당시 무너진 건물이 시내버스를 덮치며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 재판부는 "HDC현산의 현장 관리자들은 해체 작업자들이 해체 계획서의 내용을 전혀 준수하지 않은 채 임의로 해체 방법을 변경해 공사를 진행하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공사를 중단시키고 해체계획서를 준수해 공사를 하게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했다” 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HDC현산에 내려졌던 영업정지 처분의 법적 효력이 다시 유효해졌지만, 이 효력을 중지하기 위해 HDC현산은 행정소송 패소 당일 1심인 서울행정법원 재판부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 회사는 “고객과 주주, 협력사의 이해관계에 모두 영향을 끼치는 사안임에 따라 즉시 항소했다”고 항소 사유를 밝혔다. 또 행정처분의 효력을 2심 판결까지 중지시켜 달라는 집행정지도 재차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입장에서는 HDC현산의 영업정지 처분에 따른 사업중단과 지연 리스크를 계속 안고 가야하는 상황이다. 1심에서 이미 ‘중대한 과실’이 판결이 인정된 만큼, 항소심 결과 역시 뒤집기는 어렵다는 법조계 전망도 조합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항소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HDC현산이 시공사로 선정될 경우 그로 인한 리스크와 피해는 조합원들의 몫”이라며 “HDC현산은 대법원까지 판결을 지켜봐야한다고 하지만 조합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상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영업정지 처분은 단순히 시공사의 신규 수주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시공사의 도급계약 체결과 분양 업무 등 정비사업의 행정업무를 지연시킬 수 있는 법적 효력을 가진다.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는 영업정지 처분의 사유와 절차를 규정하고 있으며, 도급계약 체결의 불가 여부는 2015년 대법원 판례(2013두12386)를 통해 판결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건설사업자가 그 정지 기간 중 체결한 도급계약은 무효”라며 “이를 바탕으로 한 시공 행위는 위법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 판례에 따라 영업정지 상태인 시공사가 선정될 경우 도급계약 자체가 법적으로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추후 진행 절차가 지연 또는 중단될 수 밖에 없다.
정비업계의 한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정비사업에서는 도급계약이 선행돼야 시공사 명의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며 “도급 계약 없이는 주요 행정 절차가 진행될 수 없다”고 전했다.
건설법률 전문가 A씨는 “영업정지 조치는 기존 계약을 맺고 착공한 공사에 한해 시공을 허용할 뿐, 신규 계약이나 향후 분양업무 진행에 있어서는 제한이 있다”며 “영업정지 상태의 시공사는 법적 결격 사유가 있기에 이번 판결은 HDC현산에게 있어 향후 신규 수주와 분양업무를 진행하는 데 있어 큰 리스크로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산 정비사업 수주 악몽 재현되나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인해 HDC현산의 용산 정비사업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거 HDC현산은 용산역 전면3구역, 남영2구역 등 용산 도시정비 사업에서 모두 삼성물산에 밀리며 시공권을 내준 바 있다.
남영2구역의 경우는 당초 삼성물산과 HDC현산이 치열한 수주경쟁을 펼쳤지만, 불법홍보 문제로 HDC현산이 조합으로부터 입찰제한을 당해 삼성물산이 무혈 입성하게 됐다. 당시 남영2구역 조합은 입찰 공고 후 HDC현산이 OS(홍보) 직원을 동원, 조합원 대상 개별 홍보를 한 것으로 판단하여 입찰보증금 100억원도 몰수했다.
HDC현산은 즉각 입찰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 입찰무효조치 등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나섰지만 기각됐고, 그 사이 남영2구역 조합은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용산역 전면 3구역도 지난 2007년 삼성물산이 수주에 성공해 2014년 ‘래미안 용산’으로 분양했다. 전면 3구역은 HDC현산의 본사가 위치한 용산역 앞에 있는 사업장으로 수주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삼성물산이 시공권을 거머줬다.
HDC현산은 이번 전면 1구역 재개발 사업 수주전에서 포스코이앤씨와 경쟁하며 역대급 조건을 제안하여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다. 약 1000억원의 입찰 보증금을 납부하고 응찰한 상황으로, 조합은 오는 6월 중순께 총회를 열고 최종 시공사를 결정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광주 학동 참사 1심 판결로 인해 과거 용산역 전면3구역, 남영2구역처럼 전면1구역도 수주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업계는 우려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입장과 현황
영업정지 취소 소송 관련 이번 판결은 고객, 주주, 협력사 등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기에, 항소가 불가피 하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은 행정처분과 무관하게 공사가 진행되며, 모든 현장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신뢰를 회복해 나가겠다.
현황은 실적 회복과 개선을 이어가는 가운데,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와 지난 분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률도 증가했다.
이는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 속에서도 HDC현대산업개발이 건설 시스템 혁신과 기술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이뤄낸 것이다.
특히, 이번 분기 성장은 서울원 진행 매출 증가와 수원아이파크시티 10단지 준공 등 자체주택사업 부문에서의 이익 증가가 영향이 컸다. 올해 자체주택사업 부문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수익성 역시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도 추진 중인 만큼 중장기적인 실적 상승세도 기대된다.
현금성 자산 확대와 함께 안정적인 부채비율 관리 등 재무건전성 지표들을 체계적으로 강화하며, 지속적인 주주 환원 정책도 계획해 시장 신뢰도 제고에도 힘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