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학병원 전공의를 상대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삼진제약, 국제약품 등 제약사 3곳과 병원 관계자들을 수사 중이다. 일부 제약사는 이미 과거 리베이트 혐의로 과징금을 받은 전력이 있어 이번 수사 결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8일 제약·의료업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검은 지난달부터 이들 제약사에 대해 약사법 위반 혐의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은 혈액제제, 진통제, 안과 전문의약품 등을 공급하는 중견 제약사들로, 인제대 상계백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인제학원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수사 대상에는 병원 소속 전공의와 제약사 직원 등 총 8명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은 약사법 위반뿐 아니라 배임수재, 사문서위조,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서울 노원경찰서가 2019년부터 제약사 직원들이 대학병원 전공의들에게 ‘제품설명회’를 빌미로 회식비 등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하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2023년 7월 무혐의로 종결됐지만, 내부 제보가 국가권익위원회에 접수된 뒤 경찰이 재수사에 나섰고, 일부 혐의가 확인되면서 올해 3월 검찰로 사건이 다시 넘어갔다.
한 업체는 알부민, 면역글로불린 등 필수 혈액제제를 공급하는 회사로, 이번 의혹과 관련해 “시장 수요에 비해 공급처가 제한돼 있어 리베이트를 제공할 유인이 없다”며 “모든 절차는 법령에 따라 진행됐고, 성실히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업체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업체도 관련 혐의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위법 논란을 넘어 의료윤리의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전공의가 리베이트 대상이 됐다는 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리베이트는 전문의나 간부급 의료진을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사회적·경제적으로 취약한 전공의까지 포함됐다는 점에서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는 의료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인력”이라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리베이트는 단순한 법 위반을 넘어, 의료 신뢰와 윤리를 훼손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수사가 리베이트 관행 근절과 제약·의료계의 구조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