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고동진 국회의원(국민의힘·서울 강남구병)은 4일,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에 ‘경영판단의 원칙’을 반영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이사의 충실 의무 범위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에 이은 후속 입법 조치다.
고 의원은 “현행 형법의 업무상 배임죄는 적용 기준이 불분명하고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기업을 상대로 한 불필요한 형사 소송이 남발되는 부작용이 있다”며 “이는 기업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국가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형법 제356조(업무상 배임)는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는 모호한 문구로 인해, 경영상의 합리적 판단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현실을 낳고 있다는 것이 고 의원의 주장이다.
고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재산상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에 따라 이뤄진 행위는 결과적으로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신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지난 2004년 대법원이 판시한 ‘경영판단의 원칙’을 입법화하는 취지다.
당시 대법원은 “기업 경영에는 본질적으로 위험이 내포되어 있으며, 경영자가 사익을 추구하지 않고 기업 이익을 위해 신중하게 결정한 경우에는 설령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고 의원은 “헌법 제126조는 국가가 기업 경영을 통제하거나 관리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의 자율적 경영권을 보장하겠다는 헌법 정신”이라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형사법의 과잉 개입을 바로잡고, 대법원의 법리를 입법화하여 예측 가능한 법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고 의원은 지난 2일에도 ‘경영판단의 원칙’을 상법상 특별배임죄에 반영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