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항공 KE074편이 토론토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14시간 30분 장거리 비행 도중, 객실 승무원 한 명이 탈진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기내에는 의료진이 없었고, 동료 승무원들이 응급조치를 진행했다. 해당 승무원은 마지막 스낵 서비스를 마친 직후 쓰러졌고, 착륙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사건은 장거리 노선에 적용 중인 대한항공의 식사 제공 절차가 현장의 업무 강도와 불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대한항공은 2025년 초, 13시간 이상 장거리 노선에 대해 ‘첫 식사 – 6시간 후 두 번째 식사 – 착륙 90분 전 스낵’ 구조로의 복원을 시작했다. 이는 과거 간소화된 ‘첫 식사 – 중간 스낵 – 착륙 전 식사’ 체계에서 변경된 것으로, 승객 신체리듬 시간을 고려했다는 설명과는 달리 인력 충원 없이 업무 강도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복원된 구조는 내부에서 ‘밥밥스’라 불리며, 승무원 사이에서는 식사 제공 주기가 업무 부담의 핵심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복수의 승무원들은 해당 구조에 따라 식사 제공 간격이 짧고 준비와 정리 과정이 연속돼 휴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증언한다. 두 번째 식사 제공 직전까지의 업무 흐름은 준비, 배식, 정리, 승객 응대가 이어지며, 준비 시간과 실제 휴식 시간이 중첩되는 경우가 많다. 평균적인 휴식 시간은 2시간 이하이며, 그 중 실제 수면 가능 시간은 더 짧다.
휴게 공간 부족 문제도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일부 장거리 노선 기종에서는 기내 벙크(휴식 공간)가 없거나 공간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승무원이 일반 승객 좌석에서 쪽잠을 자야 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실제로 특정 항공기에서는 승객 좌석 53A 옆 53B 좌석에서 승무원이 휴식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목격되고 있다. 이는 장거리 비행에서 승무원에게 충분한 수면 환경조차 제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3시간 이상 장거리 노선에 투입된 승무원은 공항 출근, 탑승 전 브리핑, 기내 서비스, 착륙 후 호텔 이동까지 약 22시간에서 24시간에 이르는 일정을 소화한다. 이 가운데 실제 누워서 쉴 수 있는 시간은 평균 2시간에도 미치지 않으며, 실질적인 수면 시간은 40분에서 1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반복되는 장시간 근무와 제한된 휴식은 피로를 누적시키고, 이는 결국 탈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밥밥스’ 방식이 적용된 장거리 노선을 기피하는 승무원이 많아지고 있지만, 일정상 변경이 불가능한 승무원들은 계속해서 고강도 업무를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병가나 탈진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항공사는 이를 승무원 개인의 건강 문제로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인식은 제도 개선을 지연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밥밥스’ 서비스는 대한항공 내부적으로 ‘테스트 운영’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운영 현장에서는 정식 도입과 다름없는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 서비스 구조는 변경됐지만, 조리 설비, 인력 구성, 휴게 공간 등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상태이다.
과거에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된 바 있다. 2012년에는 객실승무원을 포함한 다수 직원이 근무 중 정신적 압박을 호소한 끝에 사밍을 한 사건이 있었고, 당시에도 조직은 이를 병력 또는 개인적 문제로 해석했다. 구조 개선보다는 책임 회피 중심의 대응이 반복되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객실 승무원 1,000여 명을 감축했으며, 2025년 현재 여객 매출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복원된 서비스 체계는 인력 충원 없이 계속 유지되고 있고, 이에 따른 업무 강도 역시 가중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해 별도의 점검이나 감독 조치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승무원 구성 기준, 기내 휴게 공간 확보, 피로도 관리 기준 등 감독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해외 항공사와 비교하면 대한항공의 인력 운영 방식은 더욱 이례적이다. 미국, 유럽, 일본, 싱가포르 등의 주요 항공사들은 고정된 스케줄 운영과 일정 변경 시 승무원 동의 절차, 추가 수당 지급, 충분한 수면 환경 확보 등의 제도적 보완책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 대한항공은 비용 효율을 이유로 이러한 조치를 적용하지 않고 있으며, 반복되는 탈진과 피로 누적을 방치하고 있다.
객실승무원은 단순 서비스 인력이 아니라, 수백 명의 생명을 책임지는 항공 안전 인력이다. 그러나 이들이 기내에서 반복적으로 쓰러지는 구조는 항공 안전 자체가 위협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의 운영 체계가 지속된다면, 다음 탈진 사고는 시간 문제일 뿐이다.
현장의 경고음은 이미 울리고 있다. 생명보다 우선하는 서비스는 없다. 지금이라도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기업만이 아니라 이를 감독하지 않은 정부에도 돌아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