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단 괴롭힘, 폭행 등 명백하고 중대한 학교폭력이 강하게 제재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단순한 말다툼, 오해에서 비롯된 갈등이 일방적인 ‘주홍글씨’로 이어지는 사례 역시 늘고 있다. “서로 싸운 것뿐인데, 나만 가해자로 몰렸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학교폭력행정소송을 고려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대부분의 학교폭력 사건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에서 심의 과정을 거치며, 가해 학생에 대한 징계 여부와 처분 수위를 결정하고 있다. 학폭위의 결정은 서면 사과, 교내봉사, 출석 정지, 학급 교체, 강제 전학, 퇴학 등 다양하다. 이러한 징계 처분은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어 학업 성적은 물론, 중·고등학교 진학이나 대학 입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학교폭력 기록이 사회 진출 시 신원 조회나 취업 심사에 반영될 가능성도 높아 매우 신중한 대응이 요구된다.
하지만 학교폭력 절차상 충분한 소명 기회가 주어지지 않거나, 쌍방의 잘못이 명확한 상황에서도 한쪽만 가해자로 지목되는 일이 적지 않다. 특히 경미한 다툼이나 오해가 피해자 보호자의 요청에 의해 곧바로 학폭위 회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지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억울한 처분을 받은 학생이나 보호자는 ‘학교폭력행정소송’을 통해 학폭위 결정에 대해 법적으로 다툴 수 있다.
학교폭력행정소송은 학폭위나 교육장이 내린 처분(예: 서면 사과, 출석 정지, 교내봉사, 강제 전학 등)에 불복하는 경우, 처분을 취소하거나 변경해 달라고 법원에 제기하는 절차다. 학교폭력행정소송은 학폭위나 교육장이 내린 처분을 알고 난 후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만약 먼저 행정심판 절차를 밟은 경우에는, 행정심판 결과를 통보받은 날부터 90일 이내가 소송 제기 기한이 된다. 이 기간을 놓치면 소송을 통해 처분을 다툴 수 있는 권리가 사라지며, 소송 진행이 늦어질수록 인용 가능성은 떨어지므로 빠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교폭력행정소송은 먼저 관할 행정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소장에는 처분의 취소나 변경을 요구하는 구체적인 청구 내용과 그 이유를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이후 교육지원청은 이에 대해 답변서를 제출하며, 법원은 양측의 주장과 제출된 증거를 바탕으로 재판 기일을 지정해 심리를 진행한다. 재판 과정에서는 쌍방이 직접 증인 신문과 증거 제시를 통해 사실관계를 다투게 된다.
1심 판결에 불복할 경우에는 항소 절차를 통해 상급 법원에서 다시 판단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학폭위의 처분은 유효하게 집행되므로, 처분의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기 위한 ‘집행정지’ 신청을 소송과 동시에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집행정지는 법원이 신중하게 판단하기 때문에 반드시 허가되는 것은 아니며, 이 역시 철저한 준비와 체계적인 논리가 필요하다.
학교폭력행정소송은 단순히 억울함을 호소하는 절차가 아니다. 법원은 학폭위 결정에 오류가 있었는지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증거를 토대로 판단하기 때문에 사실관계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법률적 주장이 필수적이다.
법무법인 해람 안현준 변호사는 “학폭위는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지만 전문성과 공정성에 한계가 있어 억울한 처분이 나올 수 있다. 경미한 징계라도 학생부에 기록되면 입시와 취업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부당함을 느끼면 그냥 넘어가기보다는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행정소송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