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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서평] <사진의 향기> — 김녕만의 따스한 눈빛이 담긴 삶의 기록

- 사진으로 쓰는 산문, 향기로 남는 사람 -

김녕만은 삶이 웃음이다. 진실하게 마음으로 와닿는 그런 웃음이다. 현장에서 만날 때마다 취재는 뒷전이고, 현장에 기자들을 웃기기에 바빳다.

그 시절 그 삶의 흔적을 오랫동안 담아온 이력이 그의 사진에는 묻어난다.

 

“시간을 거슬러 오래될수록 향기로운 사진이 있다.”

선한 영향력, 김녕만 작가의 신간 《사진의 향기》(도서출판 윤진)는 제목 그대로 ‘사진의 향기’를 통해 잊힌 삶의 결을 복원해 낸다. 이 책은 중앙대 사진학과 재학 시절인 1970년대 초부터 1980년대 초까지, 작가의 고향 전북 고창에서 찍은 사진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산업화의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그 시절, 농촌의 일상은 소박했지만 뜨거운 생명력으로 빛났다.

 

 

《사진의 향기》 속 장면들은 그 자체로 ‘기억의 미술관’이다. 논두렁에서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어머니, 뻥튀기 기계 주변에서 해맑게 웃던 아이들, 바람에 휘날리는 기저귀와 운동회에서 버선발로 달리던 어머니들 — 모두가 ‘사람의 손’으로 살아가던 시절의 향기를 전한다.

 

김녕만의 시선은 결코 관찰자적이지 않다. 그는 피사체를 ‘기록’하는 대신, 함께 숨 쉬고 체온을 나누며 ‘기억’한다. 그 속에는 농촌의 애환, 유머, 그리고 공동체의 정이 스며 있다. 마치 오래된 흑백사진을 들여다볼 때 느껴지는 묘한 따뜻함과 쓸쓸함이 공존한다.

 

작가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과 풍경은 사라졌어도 눈빛과 체취는 남아 오늘을 응시한다.”

이 문장은 곧 책 전체의 정수를 말해준다. 사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사라진 시간의 ‘숨결’을 다시 불러내는 행위다. 51장의 사진과 이에 곁들여진 51편의 글은 그 시절의 이야기를 담담하지만 정갈하게 들려준다.

또한 책의 마지막에 실린 90여 명의 독자 댓글은 이 작품의 ‘확장된 기억’을 보여준다. 중앙선데이에 연재될 당시, 사진 한 장이 누군가의 유년을 깨우고, 잊고 있던 가족의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그렇게 김녕만의 기억은 독자들의 기억과 맞닿아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낸다.

 

저자 김녕만(1949~ )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 사진기자와 작가로 활동하면서 유머와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이 사는 풍경을 포착해 왔다. 《마음의 고향》, 《판문점과 DMZ》, 《시대의 기억》 등 그의 전작들이 시대의 ‘기록’이었다면, 이번 《사진의 향기》는 시대를 넘어선 ‘그리움의 산문’이다.

그의 사진에는 웃음이 있고, 그 웃음 뒤에는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이 있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향기롭다. 오래될수록 더욱 짙어진다.

 

“사진이란, 흘러간 시간의 봉인을 해제하는 향기다.”

김녕만의 사진은 과거의 풍경을 현재로 불러들이며, 그 속에 살아 있는 사람 냄새와 웃음을 다시 피워낸다. 그 향기는 오래 남는다 — 마치 선한 영향력이 남기고 싶은 세상의 빛처럼.

 

가을- 가을걷이, 경기 양주 1980년

 

여름-  소 판 돈, 전북 고창 1978년

 

여름- 멱감는 여인들. 전북 임실  197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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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정세

용문사의 은행나무 나이가 1천년이 지났다. 나무는 알고 있다. 이 지구에서 생명체로 역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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