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경마로 말산업 생태계 인공호흡 하지만 5천억 유보금 소진은 코앞
긴축과 차입에도 온라인발매 도입 없이는 내년 버티기 어려워
지난 29일 한국마사회는 제72주년 창립기념일을 맞이했다. 1922년 ‘조선경마구락부’로 시작된 한국경마는 이후 ‘조선마사회’를 거쳐 1949년 9월 29일 ‘한국마사회’로 개칭하면서 현재까지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마사회는 매년 9월 29일을 창립기념일로 삼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해마다 창립을 맞아 기념행사와 대내외 말산업 유공자들에 대한 포상을 실시했으나 작년부터는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기념행사를 개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창립기념행사에 대해 마사회 내부에서 보는 시각은 달랐다. 사회적 거리두기와는 별개로 ‘경영여건악화에 따른 긴축경영으로 기념행사 예산도 절감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만 해도 마사회는 연 매출 7조 3,670억원을 기록했다. 1조 1,700억 원 이상의 제세금과 1천억에 가까운 출산발전기금을 매년 납부해오며 국가제정과 축산발전에 기여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정상적인 경마시행이 불가능해지며 작년 기준 제세금은 1,700억 원대로 폭락했으며 축산발전기금은 한 푼도 적립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객입장이 제한되며 매출이 거의 발생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지만 마사회는 말산업 생태계 보호를 위해 ‘상생경마’를 시행중이다. 마사회가 그동안 모아둔 유보금을 활용해 상금을 지급하는 상생경마는 2만4천여 명의 말산업 종사자들에게는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 되며, 경주마에게는 경주능력유지와 동물복지증진의 바탕이 되고 있다.
마사회는 상생경마 시행을 위해 매주 약 70억원의 유보금을 투입하고 있다.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 까지 투입된 금액만 5천억 원 이상이다. 그간 축적해온 유보금 소진을 앞둔 마사회는 현재 차입경영까지 준비하고 있다. 창립기념일 마저도 적막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9일 서울경마공원은 평소보다 인기척이 드물었다. 지난해부터 마사회 전 임직원이 주1일 휴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법정 기준보다 낮은 휴업수당을 지급받는 한국마사회 임직원들은 인건비를 줄여서라도 경마 생태계를 지킨다는 의지를 보여주고있다.
관람대는 텅 비어있지만 이날도 경주로에는 어김없이 경주마들이 질주하고 있다. 서울경마공원에 입사한 1700여두 경주마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몸을 풀고 주행능력을 다듬어야하기 때문이다. 새벽 훈련을 마치고 마방으로 돌아온 한 말관리사는 “다행히 상생경마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유보금이 곧 바닥날 마사회가 언제까지 버텨줄 수 있을지 걱정이다.”며 불안한 현실을 토로했다.
한편 유례없는 적자 속 비상경영에 돌입한 한국마사회는 위기 대응을 위한 차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집중하고 있다.
마사회 관계자는 “올해도 말산업 상생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며 절감에 힘썼지만 내년까지 이어질 경영위기를 대비해 전사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며 “긴축경영으로 말산업을 힘겹게 지탱하고 있지만 경마 매출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 언택트·뉴노멀 시대에 걸맞은 온라인발매 시행이 경륜·경정에 이어 경마에도 적용된다면 2만4천여 말산업 종사자들에게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의 씨앗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