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법부는 성범죄에 대해 매우 엄격한 입장을 취해왔으나, 최근 한 사건에서 피고인이 형사 조정조서를 증거로 채택한 것의 오류를 지적하며 무고를 주장해 대법원 판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강간등치상)’ 혐의로 기소된 제보자 A씨는 원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상고심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를 주장하고 있다.
형사 조정조서가 유력 증거? 피고인 강력 반발
이번 사건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형사조정조서의 증거능력이다. 피고인인 제보자 A씨는 “형사조정 절차에서 작성된 조서가 자신의 유죄를 입증하는 데 사용됐다”며 “이는 명백한 법리적 오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제보자의 변호인인 “형사조정은 민사조정과 마찬가지로 밀행성이 중요한 절차로, 이후 법적 절차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며 "형사 조정조서가 범죄의 증거로 채택된 것은 절차의 특성을 무시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피고인의 변호인은 “형사조정조서에 기재된 내용이 조정위원의 주관적 판단에 따른 것일 뿐,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한 적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재판 당시 조정위원의 법정 증언에 따르면,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는 진술은 한 적이 없으며 단지 합의를 권유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진술과 다른 목격자 증언, 진실은 어디에?
A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고, 피해자의 아들인 목격자의 증언과도 상충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자신의 신체적 상태로 인해 강간을 시도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왼손이 힘을 못쓴지 20년이 넘었다”며 서울 성모병원 진료기록도 첨부했다. 이는 목격자와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또한, A씨는 자신과 목격자가 “피해자가 단순히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었을 뿐”이라고 증언한 점도 강조했다.
“형량 너무 무거워”... 80대 고령 피고인의 호소
피고인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것 외에도, 징역 5년의 형량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피해자에게 5,000만 원의 합의금을 지급했으며,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87세의 고령으로 건강이 악화된 상태에서 5년간의 실형을 모두 복역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상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호소했다.
A씨의 가족들은 “거짓말 탐지기 신청도 했으나, 진행도 못할 정도로 근력이 부족한 노약자라는 점을 부디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피고인의 상고 이유서에는 형사 조정조서의 증거능력, 피해자의 일관성 없는 진술, 피고인의 신체 상태 등을 근거로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법리적으로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질지, 아니면 하급심의 판결이 유지될지는 대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
이번 사건은 성범죄 관련 법률 적용의 문제점과 형사조정 절차의 한계에 대해 다시 한번 고찰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성범죄의 특성상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조서의 증거능력과 피고인의 권리가 어떻게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