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은행에서 또 다시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내부 직원이 3년 동안 부당하게 대출을 실행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사고 규모는 약 74억 원에 이르며, 은행 내부의 감사 시스템이나 점검 체계가 아닌 외부 민원 제보를 통해 밝혀졌다는 점에서 조직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직원 A씨는 2021년 10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여신 업무 과정에서 허위 서류를 근거로 과도한 대출을 실행했고, 관련 거래처로부터 금품까지 수수했다.
일부는 사적 금전 대차로까지 연결된 정황이 확인됐다. 은행 측은 해당 대출이 대부분 담보 여신이며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 사건의 핵심은 단순한 회수 가능성에 있지 않다. 수년간 이 같은 행위가 조직 내 감시망에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는 점이 본질적인 문제다.
이번 사건은 하나금융그룹이 오랫동안 강조해온 내부통제 체계의 실효성을 근본부터 되짚게 한다. 올해 초, 그룹 함영주 회장은 신년사에서 “내실 있는 성장 기반을 위한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를 주문하며, 백년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의 핵심으로 이를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단 한 달 사이, 약 350억 원 규모의 외부 사기 사고에 이어 내부 직원의 비위 사건까지 겹치며, 하나금융의 통제 시스템이 과연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사건이 내부 감사나 정기 점검 과정이 아니라 외부 민원에 의해 드러났다는 점이다. 민원이 없었다면 이 사고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통제 시스템이 단순히 기능하지 못한 수준이 아니라, 초기 이상 징후조차 감지하지 못할 정도라고 볼수 있다는 것이다.
사고 기간도 문제다.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동일한 직원이 동일한 방식으로 부당대출을 실행했다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 하나은행은 이번 사건을 개별 직원의 문제로 처리하는 모습이지만, 사고가 발생한 조직 단위 내에서 관련 문서의 검토, 여신 심사, 승인 과정 등 다수의 관리 절차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걸러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결국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여진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수시검사에 착수했고, 하나은행은 해당 직원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 후 형사 고소를 진행 중이다. 여신 심사와 문서 점검 체계를 전반적으로 손보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고가 가져온 신뢰 손실을 메우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금융 함영주 회장은 그간 ‘하나된 조직’, ‘원팀’을 강조해 왔다. 성과는 팀 단위로 평가하고 보상도 공유한다는 원칙 아래, 지점장과 팀원 모두의 공동 책임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그 원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사고의 책임은 오로지 해당 직원 개인에게만 귀속되고, 이와 연관된 조직적 관리 책임은 부각되지 않았다. 조직의 실패가 ‘개인 일탈’로 축소될 경우, 내부통제란 그저 구호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내부통제 체계가 실질적으로 존재했는지, 시스템이 작동 가능한 구조였는지, 조직 내에서 책임이 어떻게 정의되고 배분되는지를 되묻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