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은행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보안 시스템을 내세우며 디지털 금융 혁신을 강조해왔지만, 실제 사고 통계에서는 오히려 올해 들어 가장 많은 금융사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홍보와 달리 내부통제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일 은행권 공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이 올해 들어 공시한 금융사고는 총 13건, 피해액은 857억9900만원이다. 이 중 하나은행은 5건, 피해액 488억4500만원으로 가장 많은 사고와 피해가 발생했다. 국민은행(4건, 110억9800만원), 농협은행(2건, 221억5100만원), 신한은행(2건, 37억500만원)이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은 지난 3월 74억원 규모의 사고를 공시했다. 한 직원이 허위 서류를 이용해 과도한 대출을 승인하고 금품을 받은 사건이다. 이 문제는 내부감사가 아닌 외부 민원을 통해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이 사고를 계기로 하나은행에 대한 수시검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검사 도중 외부인의 사기로 인한 64억원 규모의 추가 사고가 확인됐고, 이후 3건의 사고가 더 드러나면서 검사 기간이 연장됐다. 금감원은 하나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그동안 AI 기반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악성앱 탐지 모델, ‘하나인증서’ 등을 통해 보이스피싱 등 금융 범죄를 사전에 차단했다고 강조해왔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AI 시스템으로 9103건, 2818억원 규모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사전 차단한 성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사고들은 직원 개인의 일탈과 관리 소홀로 인한 것으로, 기술만으로는 예방이 어려운 사각지대를 보여준다. 특히 시스템이 아닌 외부 제보로 사고가 밝혀졌다는 점에서 내부통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디지털 보안 역량과는 별개로, 사고 예방과 대응의 핵심은 결국 사람과 조직의 통제 체계라는 점이 다시 한번 드러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