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20~30대 사이에서 복부 불편감이나 만성 설사를 호소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불규칙한 식사와 잦은 스트레스,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생활 방식이 장 건강에 적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를 단순한 과민성대장증후군쯤으로 여겨 넘기곤 하지만, 이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면서도 훨씬 심각한 질환이 있다. 바로 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이다.
크론병은 소화관 어느 부위에서든 발생할 수 있지만, 유독 소장과 대장이 연결되는 부위에서 자주 나타난다. 질환의 특성상 증상이 오랜 기간 동안 서서히 진행되며 때로는 뚜렷한 계기 없이 갑자기 악화되기도 한다. 초기에 단순한 장염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복통으로 오해하기 쉬우나 반복되는 복통과 설사, 체중 감소가 지속된다면 크론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복부 통증과 만성 설사, 피로감, 체중 감소 등이다. 출혈이 동반된 설사나 점액변, 식욕 부진, 구토, 발열처럼 전신적인 증상으로 번지기도 하며, 일부 환자에게는 관절통, 안구 염증, 피부 발진 같은 장 이외 부위의 증상까지 동반된다. 초기에는 증상이 비교적 가볍고 일시적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장의 염증이 반복되며 점막이 손상되고 협착, 누공, 농양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조기에 정확히 진단하여 적절히 치료해야 한다.
크론병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가족 중에 염증성 장질환을 앓는 사람이 있거나 서구화된 식습관, 과도한 가공식품 섭취, 흡연 등의 생활습관이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자의 경우 비흡연자보다 크론병에 걸릴 확률이 두 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다양한 검사가 필요하다. 병력 청취와 신체검사를 기본으로, 혈액검사, 대변검사, 무엇보다 중요한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한다. 대장내시경은 장내 염증의 위치와 범위를 직접 확인할 수 있고 동시에 조직검사를 병행해 다른 질환과의 감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크론병의 경우 병변이 건너뛰어 나타나는 비연속적인 분포, 세로로 길게 난 궤양, 자갈밭처럼 보이는 점막 등 특정한 내시경 소견을 보이기 때문에 대장내시경은 진단 과정에서 핵심적인 도구로 꼽힌다.
최근에는 환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산화탄소(CO₂)를 이용한 내시경 장비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공기보다 흡수가 빨라 내시경 검사 후 복부 팽만감과 불편감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대장내시경은 침습적 검사인 만큼,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검사 필요성을 신중히 판단하고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크론병은 현재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지만,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을 조절하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치료는 증상의 심각도와 병변의 위치,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맞춤형으로 결정된다. 약물 치료에는 항염증제, 면역억제제, 생물학적 제제 등이 사용되며, 필요 시 수술적 치료도 고려된다. 최근에는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와 소분자 약제가 도입되면서 치료 예후가 점점 개선되고 있다.
엄윤 송도 서울항외과 대표원장은 “크론병 환자는 증상이 없을 때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장에 병변이 있는 경우, 장기간 염증이 지속되면 대장암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는 3~5년에 한 번, 병변이 심한 경우에는 더욱 자주 검사를 권장한다”며 “초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 치료를 통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