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금융지주가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인 우리소다라은행에서 약 107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히면서, 내부통제와 해외사업 전략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는 금융사고 방지와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해온 임종룡 회장의 경영 책임론까지 부각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번 사고가 내부통제 강화 모니터링 과정에서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일 현지 거래처의 수출대금 지급보증서(신용장)에서 허위 가능성이 높은 내용을 발견했으며, 실제 손실 규모는 현지 감독당국의 검사 결과에 따라 확정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은 “은행 내부자 연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정밀조사에 착수했으며, 지난해 감사에서 이미 우리소다라은행의 내부통제 취약성을 지적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번 사고는 우리은행의 해외사업 수익성에도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소다라은행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이미 기타포괄손익을 포함해 198억원의 적자를 기록 중이며, 사고 금액 중 일부라도 손실로 처리되면 당기순이익 적자가 불가피하다. 이는 전체 해외법인 이익 중 20%를 차지하는 우리소다라은행의 실적을 직접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으며, 은행이 목표로 제시한 해외법인 순이익 비중 25% 달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은행업계는 치열한 경쟁과 현지 금융당국의 규제 환경으로 국내 시중은행의 사업 확장이 쉽지 않은 지역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 점포 수는 2023~2024년 사이 100곳 이상 감소했고, 우리소다라은행도 현재 31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이번 금융사고로 우리은행의 인도네시아 시장 내 입지 강화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사고 발생 이후 현지 감독당국에 신고하고 대응에 나섰다고 밝혔지만, 사고 발생일과 손실 규모를 ‘조사 중’으로 처리해 정확한 사고 경위와 책임소재를 둘러싼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금융당국이 진행 중인 우리은행의 경영실태평가에도 이번 사고가 변수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고 발생 시점과 내부통제 시스템의 실효성을 금융당국이 면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