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골이는 잠을 자는 동안 기도가 좁아져 공기가 지나갈 때 목 주변 조직이 떨리면서 나는 소리다. 많은 사람이 이 소리를 단순한 잠버릇으로 여겨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한다. 그러나 코골이는 ‘수면무호흡증’이라는 심각한 수면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벼운 소음 문제로만 넘기면 안 된다. 수면무호흡증은 기도가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막혀 10초 이상 숨을 쉬지 못하는 상태가 반복되는 질환으로,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밤사이 체내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뇌가 깨어 있는 상태로 전환돼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낮에는 심한 피로감, 졸림, 집중력 저하, 두통, 기억력 감퇴 등이 나타나며 시간이 지날수록 고혈압, 부정맥, 심장질환, 뇌졸중 같은 심각한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심하면 우울증이나 인지 장애, 치매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돌연사의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수면다원검사라는 검사가 필수다. 수면다원검사는 검사실에서 잠을 자면서 호흡, 심장박동, 뇌파 등 수면 중 신체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 무호흡 발생 여부와 빈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한다. 본인이 인지하기 어려운 무호흡 증상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수면질환을 진단하는 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생활습관 개선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규칙적인 운동과 햇볕 쬐기, 카페인 음료나 과식, 음주를 줄이는 노력이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습관을 갖는 것도 무호흡증 완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체중을 조절하고 옆으로 자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올림픽파크 강동성모이비인후과 정연민 대표원장은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단순한 잠버릇이나 소음 문제가 아니라, 체내 산소 공급 장애를 일으켜 전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환이다. 증상이 의심된다면 조기에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어서 “검사 결과에 따라 양압기 치료, 구강내 장치 착용, 생활습관 교정 등 맞춤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최근에는 다양한 치료법이 발전해 증상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니, 증상을 방치하지 말고 꼭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특히 여름철에는 비강과 부비동 점막이 붓고 코막힘이 심해지면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땀과 열로 인한 탈수, 체내 염증 증가도 수면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충분한 수분 섭취와 점막 건강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양압기를 사용하는 환자는 기기 위생과 수면 환경 관리에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