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둘러싸고 자산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이 허위·과장 광고 논란에 이어 또 다시 잘못된 홍보자료로 비판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1위’ 타이틀을 지키려는 조급함이 연이은 실책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 ETF인 ‘KODEX 미국S&P500’이 국내 동종 상품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순자산 5조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2021년 4월 9일 상장돼 지난 22일 기준 순자산 5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국내 S&P500 추종 ETF 가운데 가장 먼저 5조원을 돌파한 것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 S&P500’이었다. 해당 상품은 2020년 8월 7일 상장돼 2024년 11월 6일, 상장 4년 3개월 만에 5조원을 돌파했다. 결국 삼성자산운용의 ‘업계 최단기간’이라는 문구는 사실과 달랐다.
이와 같은 홍보 오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삼성자산운용은 TR(토털리턴) ETF를 PR(분배)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과거 재투자돼 ETF 가격에 이미 반영된 분배금을 ‘추가 분배금’처럼 홍보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제로 새로운 분배금이 발생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문구였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를 문제 삼아 경고했고, 삼성자산운용은 뒤늦게 관련 표현을 삭제했다.
외부에서는 경고를 받은 사안이었지만, 내부에서는 해당 마케팅 부서가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증언이 나온다. 점유율과 거래대금 확대만을 성과로 삼는 조직 문화 속에서 표현의 적정성과 투자자 보호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이러한 반복된 논란의 배경을 김우석 대표 취임 이후 드러난 ‘성과 압박’에서 찾는다. 삼성자산운용의 사업 구조는 여전히 국내 시장에 편중돼 있고, 글로벌 확장에서는 경쟁사인 미래에셋에 크게 밀린다.
미래에셋은 미국 ‘Global X’, 캐나다 ‘Horizons ETFs’, 호주 ‘Stockspot’ 등을 인수하며 공격적인 해외 확장을 이어갔다. 그 결과 ETF 순자산에서 해외지수 비중이 46%에 달한다. 반면 삼성은 2022년 미국 앰플리파이(Amplify) 지분 일부를 인수한 수준에 머물렀고, 해외 비중은 20%에도 못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운용의 경우 삼성 계열사 자금을 많이 운용하다 보니 해외 쪽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야 한다는 긴박감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차이는 실적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성자산운용의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516억원이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267억원을 기록했다. 단순 비교로 약 6배 차이다. 점유율만 놓고 보면 삼성은 38.7%로 근소한 우위를 점하지만, 수익성에서는 미래에셋이 압도한다.
이러한 상황으로 김우석 대표가 ‘국내 1위’ 타이틀에 더욱 집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 열세를 단기간에 만회하기는 어려운 만큼, 국내 시장에서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이 과장된 홍보나 성급한 자료 배포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ETF는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금융상품으로, 정보 전달의 정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과장된 표현은 투자자의 기대를 왜곡할 수 있어 운용사 신뢰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시장 점유율 경쟁과 별개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광고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