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은 병을 찾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누구나 몸의 변화를 느끼기 전까지는 스스로 건강하다고 믿지만, 질병은 대개 조용히 진행된다. 특히 현대 사회처럼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습관, 부족한 운동이 일상화된 환경에서는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몸속에서는 이미 이상 신호가 시작된 경우가 많다. 정기검진은 이런 신호를 미리 감지하고, 질병이 커지기 전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암을 비롯한 만성질환의 조기 발견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위암과 대장암, 간암을 비롯한 암 질환은 대부분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으며, 통증이 느껴질 때쯤이면 이미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 병기가 진행될수록 환자의 생존율이 떨어지지만 0~1기에 발견하기만 해도 생존율이 90% 이상에 달한다. 따라서 특별히 증상이 없는 사람도 정기적으로 위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 간 초음파 같은 검사 등을 통해 암 조기 진단에 힘써야 한다.
실제로 국가검진 기준에 따르면 만 40세 이상은 2년마다 위암 검진을, 만 50세 이상은 대장암 검진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위암 검진은 위내시경을 통해 위 점막의 변화를 직접 확인하고, 대장암 검진은 분변잠혈검사로 출혈 여부를 확인한 뒤 양성 반응이 나오면 대장내시경을 진행한다. 이 외에도 국가 5대암검진에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검사가 포함된다. 간암 검진은 만 40세 이상 중 간경변이나 B형·C형 간염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간 초음파와 알파태아단백(혈액) 검사를 통해 진행된다. 유방암 검진은 4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2년마다 유방 X선 촬영을 실시하며, 자궁경부암 검진은 20세 이상 여성이라면 2년 주기로 자궁경부 세포검사를 받게 된다.
암 검진 외에도 다양한 건강검진 항목이 존재한다. 나이, 성별, 생활습관에 따라 필요한 항목이 달라진다. 20~30대는 피로감이나 체중 변화처럼 가벼운 증상에 익숙해지기 쉽지만, 이 시기부터 이미 간 기능이나 혈압, 혈당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40대는 대사증후군이나 고지혈증의 발생 위험이 증가하고, 50대 이후에는 심혈관계 질환과 암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60대 이상에서는 골다공증이나 인지기능 저하, 근감소증 등 노화 관련 질환의 관리가 필수다. 그래서 건강검진은 자신의 생애주기에 맞추어 진행해야 한다.
또한 건강검진을 받을 때는 단순히 국가검진만으로 끝내지 말고, 개인의 위험 요인을 반영한 맞춤형 검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가족 중 당뇨병이나 심장질환, 암 병력이 있다면 아직 국가검진 기준 연령이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추가적인 혈액검사나 영상검사를 통해 세밀하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 흡연, 음주, 스트레스 같은 생활습관 요인도 검진 주기와 범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성남 성모윌병원 김경호 원장은 “검진 결과를 받은 후의 관리도 중요하다. 단순히 결과지를 받아보는 데서 끝나면 검진의 의미가 줄어든다. 수치의 변화가 지속되거나 ‘주의’ 판정을 받은 항목이 있다면 그 즉시 추가 진료를 통해 원인을 찾아야 한다. 고혈압, 당뇨병, 간질환처럼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은 초기에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방치하면 약물치료가 불가피해지고, 장기적으로는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며 “건강검진이 지금 당장 귀찮고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미래의 나를 위한 투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