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그룹이 지난해 ‘다이닝브랜즈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글로벌 종합 외식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몸집 키우기에 나섰다가 오히려 자충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실적 부진과 브랜드 철수 등의 문제로 인해 ‘무리한 확장’이 결국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고 특히, 미국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프리미엄 수제버거 브랜드 ‘슈퍼두퍼(SUPER DUPER)’는 한국 시장 진출 3년도 안 돼 완전히 철수했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bhc그룹이 공격적으로 인수했던 브랜드들이 하나 둘씩 성장 정체와 실적 악화를 겪고 있고 대표 브랜드인 ‘bhc치킨’의 국내 가맹점 수는 줄고 있으며, ‘창고43’, ‘큰맘할매순대국’ 등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공격적인 확장 전략이 오히려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무리한 M&A, 오히려 성장의 걸림돌
bhc그룹의 확장 전략은 상당히 공격적이었다. 2013년 독립 경영 체제를 구축한 이후, 2014년 한우 전문점 ‘창고43’, 2016년 순댓국 프랜차이즈 ‘큰맘할매순대국’, 2021년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를 차례로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브랜드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너무 많은 브랜드를 한꺼번에 운영하면서 본사가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창고43’의 경우, 2022년 10월 이후 신규 출점이 멈추면서 현재 매장 수는 20개에 불과하다. 또 ‘큰맘할매순대국’의 가맹점 수는 2021년 399개에서 2023년 401개로 2년 동안 고작 2곳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가맹점 평균 매출도 같은 기간 2억1600만원에서 2억88만원으로 7.0% 감소했다.
이는 곧 가맹점주들의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브랜드의 지속적인 성장과 지원은 가맹점주들에게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bhc그룹의 공격적인 확장 속에서 기존 브랜드에 대한 관리가 소홀해지면서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bhc치킨, 해외 확장에도 국내 가맹점 감소… 이유는?
bhc그룹의 핵심 브랜드인 ‘bhc치킨’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해외 진출을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지만, 국내 가맹점 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2023년 2271개였던 국내 bhc치킨 매장은 2024년 2212개로 감소했다. 반면 해외 매장은 같은 기간 10개에서 27개로 늘어났다. 이를 두고 bhc 측은 “무리한 국내 출점보다는 매장의 내실을 다지는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기존 가맹점주들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 가맹점주들이 점포를 정리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가맹점 유지율이 중요한 만큼, 본사의 정책이 기존 점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면 문제의 원인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아웃백 인수 후폭풍… 소비자 불만 증가
bhc그룹이 2021년 약 2500억 원에 인수한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인수 직후부터 가격 인상이 단행되었고, 이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아웃백은 인수 이후 주요 메뉴 24종의 가격을 평균 6.2% 인상했다. 대표 메뉴인 ‘투움바 파스타’는 2만2900원에서 2만5900원으로, ‘블랙라벨 퀸즈랜드 립아이 스테이크’는 5만4000원에서 6만700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문제는 가격만 오른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음식 품질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불만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가격을 인상하면서도 품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브랜드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bhc 측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악의적인 루머”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프리미엄 외식 브랜드에서 ‘가성비’를 논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도 bhc에게는 부담이다.
몸집 불리기에서 ‘내실 다지기’로 전략 수정 필요
bhc그룹의 빠른 성장은 외식업계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였다. 하지만 최근 여러 브랜드에서 부진이 이어지면서 ‘몸집 불리기’의 부작용이 가시화되고 있다.
기업이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세우지 않고 단순히 외형 확장에만 집중하면, 결국 조직 운영의 비효율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bhc그룹의 경우, 다수의 브랜드를 인수했지만 브랜드 간 시너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관리 부담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제 bhc가 해야 할 것은 무리한 확장을 멈추고 기존 브랜드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다. 가맹점주들과의 신뢰를 회복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며, 소비자들에게 다시 신뢰를 줄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빠른 성장의 시대가 끝나고, 이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bhc그룹이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