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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SK그룹 에필로그 | 책임 없는 권력, 정의를 요구하다

SK그룹의 지난 20년은 단순한 기업 성장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확정금리 시대에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던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온 구조적 배신의 연대기이며, 법이 허용하는 선을 교묘히 이용해 지배력을 강화해온 오너 일가의 전략적 일탈의 역사다. 이 모든 흐름 속에서 가장 철저히 외면당한 존재는 국민의 자산, 즉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이었다.

 

SK는 늘 ‘합법’의 외피를 두르고 있었다. SK C&C를 통한 지배력 복원, SK㈜와의 합병을 통한 피라미드 지배구조 확립, SK실트론의 우회 인수, 자사주 활용을 통한 경영권 방어와 편법 승계, 그리고 SK스퀘어와 ICT 계열 분할을 통한 신사업 지배 구조 확장까지. 이 모든 과정은 제도적 허점을 활용한 계산된 전략이었으며, 그 대가는 오롯이 시장 참여자들에게 전가되었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있다. 국민 다수는 더 이상 ‘정실 자본주의’에 침묵하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의 상법 개정 추진은 그 변화의 상징적 출발점이다. 이번 개정안은 단순한 법 조항의 수정이 아니라, 기득권 대기업의 편법 승계를 차단하고, 자본시장에 공정의 원칙을 세우려는 국민적 요구의 집약체이다.

 

실제로 SK그룹이 최근 SK엔무브의 상장 계획을 전격 철회한 것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과 공정한 자본시장 조성을 위한 정책적 압력 없이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와 같았다면, SK는 자본시장의 구조적 허점을 다시 활용해 오너일가의 이익을 극대화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국민의 눈높이, 정부의 규제 의지, 시장의 감시가 삼중으로 작동하는 상황에서, SK 또한 그 흐름을 외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내 대기업 집단 다수는 계열사를 중복으로 상장시키며 성장 동력을 확보해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 계열사 수는 SK그룹이 21곳, 삼성그룹이 17곳이다. 이외에도 현대백화점그룹(13곳), LG그룹(12곳), 한화그룹(12곳), 현대차그룹(12곳), 롯데그룹(11곳) 등 대다수 재벌 그룹들이 중복 상장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중복 상장 비율은 18.43%로 일본(4.38%), 대만(3.18%), 중국(1.98%), 미국(0.35%)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다.

 

이러한 구조는 자본을 공급한 투자자들에게 과도한 리스크를 전가하고, 동일 그룹 내 투자자 간 형평성을 훼손하는 원인이 된다. 기업가치 제고보다는 자회사 상장 시점의 일회성 수익을 노리는 오너일가의 전략이 자본시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SK바이오사이언스다.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으로 단기 실적이 급등하자 이를 계기로 기업공개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SK그룹은 수천억 원의 차익을 거뒀다. 그러나 백신 수요가 줄자 실적은 급감했고, 상장 당시 기업가치를 믿고 투자한 수많은 소액주주들은 뒤늦게 책임을 떠안았다. ‘일회성 이익의 증시 상장화’는 SK 특유의 자본시장 활용 방식이며, 투자자 희생은 늘 예견된 결말이었다.

 

2025년 7월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 유심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민관합동조사단의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이 계약상 가장 중요한 의무인 ‘안전한 통신 제공’을 위반했으며, 이로 인해 이용자가 서비스 해지 시 위약금을 면제받아야 한다고 명확히 했다. 이는 SK텔레콤이 이용약관 제43조를 위반한 사안으로, 귀책 사유에 따른 법적 책임을 분명히 한 조치다.

 

해당 발표는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계약 해지 과정에서 회사의 귀책 사유로 피해자들이 손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언급한 직후 나왔으며, 정부가 자본시장뿐만 아니라 통신 인프라의 공공성에도 강력한 책임론을 적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의 계정 정보 관리 부실, 침해사고 대응 실패, 암호화 미흡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정보통신망법 위반도 함께 확인했다. 특히 유심 정보는 이동통신망 접속과 통신 보안을 위한 필수 정보로, 제대로 된 보호 조치 없이 유출될 경우 제삼자에 의한 번호 복제와 문자·전화 가로채기 등 심각한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발표는 SK텔레콤과 협의 없이 독립적으로 이뤄졌으며, SK텔레콤이 위약금 면제에 불복할 경우 과기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시정명령과 등록취소 등 강제 조치를 예고했다. 이 사건은 SK그룹이 오랜 기간 반복해온 ‘책임 없는 이익 구조’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통신 인프라까지 영향을 미쳤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 국민은 더 이상 ‘지배력 유지를 위한 기획 상장’, ‘편법적 승계’, ‘이익만 남기고 사라지는 자회사’의 관행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은 단지 ‘하나의 법률 개정’이 아닌, 불공정한 자본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자본의 흐름은 곧 국민의 미래다. 정당한 대가 없이 특혜를 누려온 권력은 퇴장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정의가 자본의 이름으로 돌아와야 할 때다.

 

본 기사는 공공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자료와 취재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사실에 근거한 분석과 평가를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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