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이 태광그룹 핵심 계열사인 태광산업을 상대로 비정기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흥국생명이 주도해온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 변수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주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에 더해, 이번 세무조사까지 겹치면서 흥국생명의 ‘거래 완주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이달 중순 태광산업 본사에 조사관을 투입해 회계자료와 세무 문건 등을 확보했다. 이번 조사는 사전 예고 없이 진행된 ‘기습 조사’ 성격으로, 대기업의 탈세·비리·대규모 경제 사범을 전담하는 조사4국이 투입됐다는 점에서 단순 정기 점검을 넘어 지배구조와 내부 자금 흐름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검증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태광산업은 “정기 세무조사의 연장선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정기조사를 맡는 조사1국이 아닌 조사4국의 투입 자체가 예외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사 범위가 최근 논란이 된 교환사채(EB) 발행 시도, 계열사 간 우회거래 구조, 개인회사와의 내부거래 등 지배구조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이호진 전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전 회장은 시민단체 10곳으로부터 ▲티브로드 지분 고가 매각으로 2000억원 손해 유발 ▲휘슬링락CC 골프회원권을 계열사·협력사에 1000억원 상당 강매 ▲태광산업 EB 발행 시도 관련 배임 미수 등 300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돼 경찰 및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을 계기로 국회에서 이른바 ‘이호진 방지법’으로 불리는 상법 개정안까지 발의되며, 태광을 둘러싼 리스크는 사법·정책 영역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흥국생명이 참여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흥국생명은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며, 본사 건물 매각과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약 9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자금력과 의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최대주주가 이호진 전 회장(지분 56.3%)인 만큼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자금력만 보면 흥국생명이 인수전에서 가장 앞서지만, 태광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와 수사가 겹친 상황에서 인수 명분이 약해졌다”며 “이지스처럼 장기 공모자금을 운용하는 회사는 안정적 지배구조와 대주주 신뢰가 중요한 만큼 다른 원매자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처럼 대주주 리스크가 적은 후보의 평가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인수전이 장기화되거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새로운 변수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태광그룹이 국세청과 사법기관의 동시 압박 속에서 리스크를 신속히 해소하지 못할 경우, 이지스 인수를 포함해 그룹의 주요 거래와 향후 사업 확장 전략 전반이 제동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사4국의 투입은 일시적 조사가 아니라 그룹 구조 자체를 들여다보겠다는 신호”라며 “태광은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모든 사업 의사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