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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또 폭발했다면? 분노조절장애의 진실과 해법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끼어든 차량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껴 보복 운전을 하거나, 가족이나 직장 동료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 순식간에 화가 치밀어 올라 고성을 지르고 물건을 던진 경험이 있다면, 이후 찾아오는 것은 깊은 후회와 자책감뿐이지만, 비슷한 상황이 오면 또다시 통제할 수 없는 분노가 화산처럼 폭발하곤 한다.

 

흔히 욱하는 성격이나 다혈질로 치부하기 쉬운 이 증상은 의학적으로 간헐적 폭발 장애, 즉 분노조절장애로 분류된다. 이는 단순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감정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긴 뇌신경질환의 일종으로, 방치할 경우 본인의 삶은 물론 타인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어 각별한 주의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한방신경정신의학과에서는 이러한 분노조절장애를 뇌신경계의 흥분과 심신의 불균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몸과 마음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접근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분노조절장애의 핵심은 분노라는 감정 자체가 아니라, 그 감정이 상황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표출되고 스스로 제어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우리 뇌에는 감정과 본능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이성적인 판단 및 충동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존재한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화가 나는 상황에서 전두엽이 편도체의 흥분을 억제하여 적절하게 대응하게 한다. 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가 지속되거나 뇌의 기능적 불균형이 발생하면 전두엽의 브레이크 기능이 고장 나면서 급발진하듯 분노가 터져 나오게 된다.

 

창원 휴한의원 김한나 원장은 “한의학에서는 이를 간기울결(肝氣鬱結)이 심해져 화(火)가 위로 치솟는 간화상염(肝火上炎)의 상태로 해석한다. 억울한 감정과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못하고 쌓여 있다가 한계점을 넘으면 폭발하게 되는데, 이는 흔히 말하는 화병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분노조절장애는 단순히 감정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전신적인 신체 증상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더욱 고통스럽다. 분노가 폭발하는 순간 교감신경이 극도로 항진되면서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무너지게 되고, 이는 곧 자율신경실조증이나 자율신경장애로 이어진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심장이 터질 듯이 두근거리고 숨이 막히는 듯한 가슴답답함이다. 머리로 열이 확 뻗치면서 극심한 두통이나 편두통이 발생하고, 혈압이 오르면서 어지러움과 함께 눈이 충혈되거나 눈의피로 및 안구피로감이 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여 뒷목이 뻣뻣해지는 목어깨통증이나 전신 근육긴장이 나타나며, 손이나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진전증을 경험하기도 한다. 감정의 격랑은 소화기계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쳐 급체한 듯한 위장장애나 소화불량, 속 쓰림을 유발하고, 체온 조절 기능의 이상으로 인해 얼굴이 붉어지거나 식은땀이 흐르는 다한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김한나 원장은 “분노조절장애 환자들은 폭발적인 분노 이면에 깊은 우울감과 불안감을 감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잦은 분노 폭발은 대인 관계를 파괴하고 사회적 고립을 초래하여 우울증을 심화시킨다. 밤이 되면 낮 동안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고 후회와 자책이 밀려와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과거의 트라우마가 원인이 된 경우에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유사한 과민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현실 판단력이 흐려져 망상증과 같은 증상이 의심되거나, 심리적 갈등이 신체적 마비나 감각 이상으로 나타나는 전환장애와 같은 심각한 정신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갑작스러운 분노 발작 시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는 공황장애 역시 분노조절장애와 동반되기 쉬운 질환 중 하나다”고 전했다.

 

이어 “따라서 분노조절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참는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뇌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되찾아주는 치료가 선행되어야 한다. 한약 치료는 개인의 체질과 변증에 따라 처방되는데, 주로 간의 열을 식히고 꽉 막힌 기운을 소통시키는 시호, 치자, 목단피 등을 사용한다. 이는 뇌의 과도한 흥분을 진정시키고 불면증과 불안장애를 개선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또한 침 치료와 약침 치료는 분노로 인해 경직된 목과 어깨의 근육을 풀어주어 두통과 목어깨통증을 완화하고,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경혈을 자극하여 가슴답답함과 화기를 내려주는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김한나 원장은 “치료와 더불어 생활 속에서의 관리 또한 중요하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쌓인 스트레스 호르몬을 배출하고 뇌내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된다. 술은 전두엽의 억제 기능을 마비시켜 분노 조절을 더욱 어렵게 만들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충분한 수면은 예민해진 신경을 회복시키는 가장 좋은 보약이다. 분노조절장애는 적절한 치료와 노력을 통해 충분히 조절하고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다. 뇌가 보내는 분노라는 적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몸과 마음을 돌보는 계기로 삼는다면, 우리는 다시 평온한 일상을 되찾고 건강한 관계를 맺어갈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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