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글의 578번째 돌이다. 세종대왕께서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1446년에 훈민정음을 반포했다.
해마다 한글날이 되면 “외국어 때문에 한글이 파괴되고 있다” “세종대왕께서 슬퍼할 것이다” 등 우려의 말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굳이 따져보면 한글이 아니라 한국어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순우리말 대신에 한자어, 외래어, 외국어 등이 많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는 대한민국의 공용어를 뜻하며, 한글은 한국어를 표기하는 우리의 고유문자이다.
한글은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독자적으로 창제된 특별한 문자이다. 기본자음 14자에 기본모음 10자를 더해 총 24자만으로 이루어져 있어 배우기 쉬울 뿐만 아니라 표음문자라 무한하게 응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ㅁ과 ㅂ의 차이 하나로 물에서 불이 되는 음양의 이치를 담을 수 있고, '남'에서 점하나를 빼면 '님'이라는 각별한 관계가 되기도 한다.
요즘에는 ㅋㅋㅋ, ㅠㅠ, ㄱㅅ, ㅈㅅ 등 자음 또는 모음만을 이용해 감정이나 의견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별도의 이모티콘을 사용하지 않고도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글의 우수성과 편리성을 알 수 있다.
한글의 우수성과 중요함에 대해서는 우리가 모두 인식하고 있지만 순우리말 사용에 대한 노력은 아쉬움이 있다.
최근 아파트 이름들을 보면 팰리스(성), 캐슬(성), 레이크(호수), 리버(강), 포레(숲), 센터(중심), 어반(도시) 등 외래어들이 주를 이른다. 아파트 이름을 읽을 수 있지만 뜻은 이해하기 어렵다.
심지어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빛가람 대방엘리움로얄카운티1차' 아파트는 글자 수만 25자나 된다. 순우리말부터 한자어, 영어, 아라비아숫자까지 들어가서 너무 복잡하고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다. 한류열풍과 더불어 외국인들의 한글과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뜨겁다. 음악과 영화, 드라마, 웹툰 등 한국문화를 접한 외국인들이 한글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가사나 대사에서 나오는 한글을 따라 하는 유행이 돌기도 한다.
스위스 사람이 한글로 적혀있는 '스위스'를 보고는 양쪽의 산 사이에 사람이 창을 들고 서 있는 것 같다며 용병과 알프스산맥이 특징인 자기 나라를 정말 잘 표현한 단어라고 칭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케이팝 해외 팬 3명 중 2명꼴로 한글과 한국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국내 대학에는 한국어와 한국을 공부하러 온 유학생들로 가득하다.
외국인들이 이렇게 관심을 갖는데 우리 스스로 한글과 우리말 사용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하늘, 땅, 바람, 가람, 해, 달, 별, 미리내, 무지개, 꽃, 으뜸 등 예쁘고 정감 가는 순우리말들이 많다.
한글의 578번째 돌을 맞이해 한글과 순우리말 사랑 바람이 불어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