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주도한 로봇 외식 브랜드들이 잇달아 폐점하면서, 그의 푸드테크 실험이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화 기술을 앞세운 우동과 파스타 매장은 저렴한 가격과 신기한 조리 방식으로 주목받았지만, 고객의 발길을 붙잡는 데는 실패했다. 특히 김 부사장이 직접 설립한 푸드테크 계열사를 통해 외식 혁신을 한화의 미래 사업으로 제시했던 만큼, 이들 매장의 중단은 단순한 사업 철수가 아니라 김동선표 전략 전반에 대한 경고로 해석된다.
지난달 서울 종로에 문을 연 로봇 우동 매장 ‘유동’은 개점 한 달 만에 영업을 중단했다. 앞서 2023년 4월 개점한 로봇 파스타 매장 ‘파스타X’도 지난 4월 폐점했다. 두 매장은 모두 로봇이 자동으로 조리하는 방식으로 인건비를 절감하고, 24시간 운영체계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회전율이 높지 않았고, 소비자에게 지속 가능한 방문 동기를 제공하지 못한 채 조용히 시장에서 퇴장했다.
두 매장의 실패는 김동선 부사장이 구상한 푸드테크 전략의 근본적 취약점을 드러낸다. 기술 실험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외식 산업의 핵심인 ‘맛’, ‘고객 경험’, ‘공간 감성’, ‘브랜드 스토리’는 설계되지 않았다. 신기함은 초기 방문의 유인이 될 수 있으나, 반복 방문과 브랜드 충성도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장에서는 고객의 반응이 미미했고, SNS나 커뮤니티 등에서도 긍정적인 확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김 부사장은 2021년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식음료(F&B)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푸드테크 전문 자회사인 한화푸드테크를 설립하고,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 인수, 벤슨 아이스크림·파이브가이즈 국내 도입, 그리고 최근 아워홈 인수까지 외식 사업 전반을 진두지휘해왔다. 푸드테크는 그가 설계한 ‘미래 성장축’의 핵심 동력이다.
하지만 한화푸드테크는 2024년 기준 매출 1,149억 원으로 전년 대비 5.5%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10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또한 아워홈은 2024년 기준 사상 최대 매출(2조 2,440억 원)을 기록했지만, 원가 상승과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영업이익은 줄었고, 부채비율도 197%에 달하는 등 재무적 부담이 크다. 더욱이 매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던 LG 계열과의 급식 계약 지속 여부도 불투명하다. 김 부사장의 B2B 식자재 유통과 푸드테크 시너지 전략이 애초부터 현실성과 수익성 면에서 과잉 낙관에 기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김동선 부사장이 총괄하는 호텔 부문, 특히 서울 중심가에 위치한 ‘더 플라자’ 특급호텔 운영도 위기를 맞고 있다. 더 플라자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실적 반등에 실패했고, 레스토랑과 연회, 숙박 등 모든 수익 부문에서 정체 상태에 빠졌다. 고정비 부담과 리노베이션 지연이 겹치면서 적자가 누적됐으며, 내부적으로는 운영 철수 또는 외부 위탁 전환 등 사실상의 구조조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더 플라자 운영 직원과 관련 노동조합은 “호텔 적자는 경영 판단 실패에 따른 결과임에도, 그 책임을 현장 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시도”라며 거리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김 부사장의 경영 실험이 반복된 실패로 이어지는 동안, 그 부담은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떠넘겨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동선 부사장은 여전히 푸드 및 외식 사업의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매장 수를 늘리고, 아워홈을 통한 식자재 유통망 고도화, 글로벌 외식 브랜드와의 제휴 추진 등 다방면에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앞서 추진했던 로봇 우동 ‘유동’과 파스타X의 잇따른 폐점, 한화푸드테크의 적자 전환, 플라자호텔의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겹치며 그의 확장 전략은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고 있다. 기술과 자본만으로 외식과 호텔 산업을 설득하기엔, 시장은 훨씬 냉정하다는 현실이 드러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