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총괄 사장의 발언이 때아닌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8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래 비전 설명회’에서 안 사장은 농담이라며 “국내 사업 본부장은 김정은이고, 해외 사업 담당 임원은 푸틴이라는 말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두 사람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농담'이라 두 차례 강조했지만, 이를 웃으며 농담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방산기업 고위 임원의 발언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가볍고, 무책임했다. 이 발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규모 유상증자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는 가운데 나왔다. 작년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고도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데 대해 주가하락 등 시장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특히 증자 직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룹 계열사인 한화임팩트·한화에너지 등이 보유하던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자금을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쓰고, 정작 미래 투자금은 주주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에는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급기야 ㈜한화 지분 절반을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하
현대건설기계(Hyundai CE)가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주택 철거 작전에 사용된 사실이 알려지며 인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7일(현지시각) 아랍뉴스 재팬(Arab News Japan)에 따르면, 국제앰네스티와 아랍세계민주주의센터 등 인권단체들은 이스라엘군이 점령지인 서안지구(West Bank)에서 현대건설기계 장비를 사용해 팔레스타인 민간 건물을 철거한 사례를 다수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러한 철거로 인해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삶의 터전을 잃고 강제 이주를 당했으며, 이는 국제법상 명백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보이콧 투자철회 제재 운동(BDS·Boycott, Divestment and Sanctions) 측은 현대를 불매운동 대상 기업으로 공식 지정하고, 이스라엘 내 장비 유통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 몬세 페레르(Monse Ferrer) 대표는 지난달 27일 성명을 통해 “현대 장비가 사용된 철거로 약 25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강제로 이주당했고, 수백 명의 생계가 타격을 입었다”며, “이는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유지하는 데 사용되는 주요 수단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현대건설기계는 2023년 3월 “이스라
2024년, 11월 롯데그룹은 다시 한 번 위기 앞에 섰다. 유동성 위기설이 퍼지고, 화학 계열사들의 실적은 바닥을 쳤다. 그룹은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책임경영의 상징으로 급여 일부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임원들도 이에 동참하며 롯데지주는 20~30%, 롯데케미칼은 10~30% 수준의 자진 반납을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냉정했다. 신 회장이 2024년 롯데케미칼에서 받은 급여는 38억 원. 2023년과 정확히 같은 액수다. 롯데지주에서도 38억 원의 급여를 수령했고, 상여금까지 포함하면 총보수는 59억7200만 원에 달했다. 전년도와 비교해봤을 때, 두 회사 모두 급여 감소는 각각 3000만 원에 불과했다. 11~12월 두 달간의 반납을 약속했던 만큼, 적어도 수억 원의 삭감이 있어야 했지만, 현실은 1개월분 급여의 10% 수준만 줄어든 셈이다. 이는 단순한 계산으로도 드러난다. 롯데케미칼에서의 월평균 급여는 약 3억1600만 원. 두 달간 30%를 반납했다면 약 2억 원의 삭감이 이뤄졌어야 한다. 그러나 3000만 원이라는 수치는 ‘11월 한 달, 10% 반납’이라는 시나리오에서나 나올 수 있는 결과다. 그것마
잘나가는 기업’이라는 말이 있다. 현재 유통업계에서 그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기업 중 하나는 단연 다이소다. 다이소(회장 박정부)는 1997년 천호동의 작은 매장에서 시작한 균일가 생활용품점은 이제 전국 1500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한 ‘유통 공룡’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다이소의 매출은 4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불과 1년 전 3조4605억원이었던 매출이 또다시 1조 가까이 뛰어올랐다. 2022년 2조9458억원에서 2023년 3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다시 한 해 만에 ‘앞자리’를 바꿨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물론, 쿠팡과 마켓컬리 같은 e커머스 업체들조차 수익성 악화와 물류비 부담에 허덕이는 사이, 다이소는 오히려 웃고 있다. 유통 시장에서 다이소는 단순한 점포 그 이상이다. 건물주들 사이에선 ‘스타벅스를 이긴 테넌트’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한때 상업 건물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대표 임차인은 스타벅스였다. 직영점 운영에다 꾸준한 매출, 집객 효과까지 보장되니 관리하기도 좋고 건물 가치도 오른다는 평가였다. 그런데 최근 그 자리를 다이소가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다이소의 성장 방식이다. 다이소는 기본적으로 ‘가성비’에 집중한다. 가격은 낮게, 품목
서울 강동구 명일동 한복판에 지름 20미터, 깊이 20미터가 넘는 거대한 싱크홀이 발생했다. 사고 지점은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공사 구간으로 1공구 터널 상부였다. 시민의 일상이 이어지던 지상 아래에서 진행되던 공사가, 갑작스럽게 도로 전체를 삼켜버린 것이다. 사고는 아직 원인 규명 단계에 있다. 국토교통부는 12인의 전문가로 구성된 중앙지하 사고 조사위원회를 꾸렸고, 오는 5월 말까지 정밀 조사에 들어간다. 원인 분석에는 해당 구간의 시공 방식, 지질 조건, 굴착 과정, 감리 체계, 주변 시설물의 상태까지 포함된다. 시공사는 물론, 감리사, 발주처인 서울시 등도 조사 대상이다. 책임의 방향은 단정하기 어렵지만, 사고 전후의 정황들을 짚어보면 문제의 ‘구조’가 서서히 드러난다. 우선 사고가 발생한 1공구 구간은 서울시의 공식 평가 자료에서도 ‘복잡한 지질’로 분류돼 있었다. 최소 4곳의 지질 이상대가 분포해 있고, 지하수 흐름도 불안정한 곳이다. 이런 연약지반에서 선택된 굴착 공법은 NATM, 이른바 나틈 공법이었다. 암반에 콘크리트를 분사한 뒤 천공과 기계식 굴착을 통해 터널을 확장하는 이 방식은, 단단한 지반에서는 유효하지만 연약지반에서는 붕괴 위험
“유사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지난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는 고개를 숙이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 다짐은 2주도 지나지 않아 무너졌다. 다시 한 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이번엔 충남 아산이었다. 바람이 시속 70km에 달하던 날, 고공 외벽작업을 강행한 결과였다. 그렇게 지난 한 달 새 현대엔지니어링 현장에서만 세 차례, 여섯 명을 잃었다. 고개를 숙이는 일이 이젠 일상이 됐다. 안성 교량 붕괴사고 당시,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주 대표는 카메라 앞에 서서 사죄했다. 부상자 가족의 생계비 지원, 민가 보상, 재발 방지책 마련까지 줄줄이 내놨다. 하지만 정작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DR 거더 고정장치에 대한 질문엔 “조사 중이라 말하기 어렵다”며 답을 피했다. 그로부터 불과 2주 뒤, 평택에서, 그리고 다시 아산에서 또 사람이 죽었다. 단지 불운의 연속일까. 아니다. 현장은 이미 경고하고 있었다. 강풍 특보가 내려졌고, 순간풍속은 고공 작업 금지 기준을 훨씬 웃돌았다. 업계 기준은 시속 36km(10m/s), 하지만 이날은 그 두 배에 달하는 바람이 불고 있었다.
기업 실적이 하락하면, 배당도 조금은 움츠러드는 것이 통상적이다. 실적에 따라 수익을 나누는 것이 투자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면, 배당을 통한 주주환원은 기업의 철학이 반영되는 선택이다. 그런데 F&F는 이 통념을 거스른다. 실적이 줄었지만, 배당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넉넉해졌다. 지난해 F&F의 실적은 하락세를 보였다. 매출은 전년 대비 4.2%, 영업이익은 18.3%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결산 배당으로 주당 1700원, 총 639억 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전년보다 오히려 배당금이 늘었다. 회사 측은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주주 신뢰를 잃지 않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이 ‘환원’이 누구에게 가장 따뜻하게 돌아가는가 하는 점이다. 김창수 대표는 F&F홀딩스의 지분 62.8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이 지주사가 다시 F&F의 최대주주다. 친인척과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일가의 지분율은 91.71%에 달한다. 구조적으로 보면, 배당금의 상당 부분이 오너일가의 통장으로 향하게 되어 있다. 실제로 김 대표가 올해 F&F와 F&F홀딩스를 통해 수령할 배당금은 약 260억 원에 이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