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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옥 같은 전쟁이 누구에게는 기회?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의 '농담 파장'

안병철 사장의 발언...국내 사업 본부장은 김정은이고, 해외 사업 담당 임원은 푸틴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총괄 사장의 발언이 때아닌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8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래 비전 설명회’에서 안 사장은 농담이라며 “국내 사업 본부장은 김정은이고, 해외 사업 담당 임원은 푸틴이라는 말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두 사람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농담'이라 두 차례 강조했지만, 이를 웃으며 농담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방산기업 고위 임원의 발언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가볍고, 무책임했다.

 

이 발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규모 유상증자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는 가운데 나왔다. 작년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고도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데 대해 주가하락 등 시장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특히 증자 직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룹 계열사인 한화임팩트·한화에너지 등이 보유하던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자금을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쓰고, 정작 미래 투자금은 주주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에는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급기야 ㈜한화 지분 절반을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증여세 절감을 위한 포석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고, 결국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줄이며 진화에 나섰다.

 

이날 설명회는 바로 그 진화를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회사를 대표해 나선 전략총괄 사장의 언행은 신중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쟁과 핵 위협이 농담의 소재가 되는 순간, 글로벌 방산기업으로서 윤리의식은 치명타를 입는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방산기업의 발언은 외교적 해석과 정치적 파장을 낳을 수 있다. 특히 최근 폴란드 등 유럽 수출 성과가 주목받는 시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덕을 본다”는 식의 발언은 자칫 해당 국가들의 정서를 거스를 수 있다. 아무리 내부적으로는 ‘실적의 배경’일지언정, 외부 소통에서는 한층 더 정제되고 책임 있는 언어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뼈아픈 점은 이 농담이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기업 내부의 인식을 드러낸 ‘본심의 실수’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우크라이나 시민들, 북한의 미사일 위협 속에 불안에 떠는 한반도 주민들. 이처럼 국제 분쟁의 직접적 피해자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 현실을 애써 외면한 채 전쟁을 기업 성장의 기회로 삼는 듯한 인식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방산기업이기에 더 윤리적이어야 할 위치에서, 안병철 사장의 발언은 기업의 책임감보다 성장의 욕망이 앞선 듯한 씁쓸함을 남겼다.

 

더구나 지난해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이 국정감사장에서 ‘뉴진스 하니와 밝은 표정의 셀카’를 찍어 물의를 일으킨 기억도 생생하다. 중대재해로 5명의 노동자가 숨진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반복되는 ‘경솔함’은 이제 개인의 실수라기보다, 그룹 차원의 인식 부족으로 보일 지경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35년까지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을 목표로 한다. 유럽과 미국 시장에 현지화 투자를 확대하며 세계적 방산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그 비전은 분명 야심차고 실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세계를 무대로 삼으려면, 제품의 성능 만큼이나 기업의 언행문화도 국제적 수준에 맞춰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쟁이 만든 기회를 활용해 성장 중이다. 그러나 그 기회를 ‘전쟁 농담’으로 만들면서까지 강조할 필요는 없다. 기업의 말 한마디가 경쟁력이 될 수도, 실수로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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