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을 떠올리면 많은 이들이 먼저 숫자를 계산한다. 총 채무액이 얼마인지, 매달 얼마를 갚아야 하는지, 최종적으로 얼마나 탕감받을 수 있는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러나 실제 법원의 판단은 단순한 계산만으로 내려지지 않는다. 개인회생은 숫자를 맞추는 절차라기보다, 그 숫자가 만들어진 경위와 구조를 설명하는 과정에 가깝다.
법무법인 세담 최철호 변호사는 “겉으로는 정형화된 절차처럼 보이지만, 사건마다 결과 편차가 가장 크게 나는 분야다. 같은 소득과 같은 채무액이라도 법원이 받아들이는 구조에 따라 변제율과 탕감률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개인회생의 핵심은 ‘얼마를 빚졌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그 빚이 형성됐는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한 개인회생 사건은 이러한 설명을 현실에서 보여준 사례다. 건설업에 종사하던 채무자는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을 가장한 보이스피싱 범죄에 노출됐다. 소액 선입금을 요구받은 뒤 “송금 오류가 발생했다”는 연락과 함께 추가 송금을 유도받았고, 돈을 돌려받기 위해 여러 차례 송금을 반복했다. 피해를 수습하려는 과정에서 금융기관 대출까지 실행했고, 채무는 9천만 원을 넘어섰다. 뒤늦게 보이스피싱임을 인지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해자 검거와 피해 회복은 이뤄지지 않았다.
법원은 채무 발생의 비자발성과 구조적 특성을 인정했다. 채무자에게는 별다른 재산이 없었고, 월 소득에서 생계비를 제외하면 변제에 투입할 수 있는 금액도 매우 제한적이었다. 파산 절차로 전환하더라도 채권자들이 실질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크지 않은 상황이었다.
여기에 채무 발생 원인이 소비나 투기가 아니라 범죄 피해였다는 점, 피해 직후 신고와 회복 시도를 했다는 점, 이후에도 성실하게 소득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그 결과 총 채무의 약 96%가 탕감되는 개인회생 인가 결정이 내려졌다.
최철호 변호사는 “개인회생을 단순히 빚을 깎아 달라는 제도로 보는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인회생은 채무를 없애 달라고 호소하는 절차가 아니라,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삶을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다. 같은 채무액이라도 범죄 피해로 발생한 채무인지, 반복적 소비로 누적된 채무인지, 회복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형성된 채무인지에 따라 법원의 판단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겉으로 보면 개인회생은 정해진 서류와 양식에 따라 진행되는 기계적인 절차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초기 구조 설계 단계에서 결과가 갈린다. 채무 발생 원인과 소득 구조, 향후 회복 가능성을 어떻게 엮어 설명하느냐에 따라 변제율과 탕감률은 크게 달라진다. 숫자는 결과일 뿐이며, 그 숫자를 만들어내는 것은 사건의 맥락이다”고 전했다.
최철호 변호사는 “앞선 사례는 개인회생이 단순한 계산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96%라는 높은 탕감률은 우연이나 선처의 결과가 아니라, 채무가 형성된 과정을 법원이 납득할 수 있는 구조로 설명한 데서 비롯됐다. 개인회생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탕감 비율을 가늠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경로를 거쳐 현재의 상황에 이르렀는지를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이다. 결국 법원의 판단은 숫자만이 아니라 그 숫자에 이르게 된 맥락 위에서 이뤄진다. 그만큼 초기 단계에서 전문 변호사의 대응이 결과를 좌우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