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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롯데 신동빈 회장 vs 신세계 정용진 회장, '위기의 책임경영' 선언 두 총수의 다른 자세

총수의 리더십은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난다. 최근 국내 유통업계에서 롯데와 신세계, 두 대형 유통그룹 총수의 행보가 극명히 갈리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 그룹 모두 실적 악화와 재무적 압박이라는 닮은꼴 위기를 맞고 있지만, 이 위기를 돌파하려는 총수들의 자세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위기 앞에서 책임지는 리더십의 모범 사례로 꼽을 만하다. 신 회장은 최근 5년 만에 롯데쇼핑의 등기이사로 돌아왔다. 이는 단순히 경영 복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롯데쇼핑이 최근 3년 연속 매출 감소와 영업이익 하락이라는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연 매출은 13조 9866억원으로 전년 대비 3.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9% 줄어들어든 4731억원으로 하락했다. 더욱이 그룹 전체적으로 유동성 위기설 마저 돌면서 투자계획도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하는 처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 회장이 직접 등기이사를 맡겠다고 나선 것은 책임경영의 진정성을 몸소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 롯데 관계자는 "유통 부문은 그룹의 중요한 중심축이기에 책임지고 경영하겠다"라는 신 회장의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신동빈 회장이 등기이사로서 법적, 윤리적 책임을 피하지 않고 직접 짊어지겠다는 명확한 메시지인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은 어떤가? 정 회장은 지난 1월, 모친 이명희 총괄회장으로부터 이마트 지분 10%를 2,140억원에 매입하며 ‘책임경영’을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로는 ‘ESG 워싱’이라는 강력한 비판을 받고 있다. 문제는 정 회장이 여전히 미등기 임원으로서 법적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13년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무려 12년 동안이나 결격 사유가 없음에도 미등기 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경영진으로 권한은 행사하면서도 법적 책임은 회피하겠다는 속셈으로 밖에 해석이 안되는 이유이다.

 

정용진 회장 취임 이후 이마트의 주가는 9% 떨어졌고, 최근 5년간 46%, 10년간 무려 70% 하락하는 등 시장에서의 평가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이마트는 23년 연결기준 469억원이라는 적자를 기록하며 심각한 재무 압박에 직면해 있다.

 

한국커버넌스포럼의 이남우 회장은 정 회장이 지분을 매입한 방식을 두고도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외상 매각"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는 결국 회사의 미래 부담을 총수가 아닌 일반 주주들과 회사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경영 방식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이마트의 총차입금은 14.2조원에 달하고, 이 중 순차입금만 12조원에 달한다. 시가총액의 약 7배에 달하는 엄청난 금융(이자)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 회장을 비롯한 신세계 총수 일가가 받는 보수는 매년 100억원 상당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직원이 이 정도의 실적을 냈다면 이미 자리를 잃었어도 여러번 잃었을 것이다. 총수라는 지위 하나로 막대한 보수를 받으면서도 법적 책임은 회피하는 정 회장의 모습은 '책임경영'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 보인다.

 

이에 한국커버넌스포럼과 소액주주들은 정용진 회장에게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반드시 등기이사로 선임되어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한 후에 책임경영을 운운하라고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더 이상 말뿐인 '책임경영'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 회장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총수가 실적 악화와 경영 실패에 대한 법적 책임은 피하면서 높은 보수만 챙기는 행위가 더 이상 방치된다면 기업의 미래도, 투자자의 신뢰도 결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신동빈 회장은 어려운 시기임에도 등기이사로 돌아와 책임을 지겠다는 강한 신호를 보냈다. 이제 정용진 회장이 응답할 차례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본업 경쟁력'과 '혁신 DNA'를 강조했다. 하지만, 진정한 책임경영은 구호가 아닌 행동에서 비롯된다. 정용진 회장이 책임경영의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다가오는 3월 주총에서 등기이사로서 법적 책임을 지고 떳떳이 경영 일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시장과 주주, 대한민국의 여러 기업들이 그의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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