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꼬부랑 넘어가고 있네."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불러보았을 이 정겨운 동요 속 가사는 사실 현대 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서글픈 퇴행성 질환의 자화상이다. 노래 속 할머니가 허리를 잔뜩 굽힌 채 지팡이에 의지해 느릿느릿 고개를 넘는 모습은 노년의 자연스러운 풍경이 아니라 척추 신경이 좁아진 통로에 갇혀 비명을 지르는 척추관협착증의 전형적인 임상 증상이기 때문이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를 지탱하는 인대가 두꺼워지고 뼈가 가시처럼 자라나면서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허리디스크가 갑작스러운 충격이나 잘못된 자세로 수핵이 탈출해 급성 통증을 유발한다면 협착증은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특징을 보인다. 허리를 꼿꼿이 펼 때 통증이 심해지고 반대로 구부리면 신경 통로가 일시적으로 넓어져 편안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동요 속 할머니가 자꾸만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넘는 이유도 실은 신경의 압박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본능적인 대처일 가능성이 크다.
초기에는 허리가 뻐근한 정도로 가벼운 증상이 나타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간헐적 파행'이라는 독특한 증상이 나타난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터질 듯이 아프거나 저려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게 되는 상태다. 이 단계에서는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소염진통제나 근이완제 등을 이용한 약물치료, 물리치료와 함께 신경차단술 같은 시술적 접근이 대표적이다. 특히 신경차단술은 염증이 생긴 신경 주위에 약물을 주입해 통증의 고리를 끊어주는 방식으로, 마취나 절개에 대한 공포가 큰 고령 환자들에게 유용한 대안이 된다.
다만 비수술적 치료가 모든 상황의 해결책은 아니다. 협착의 정도가 심해 신경 변성이 일어날 우려가 있거나 마비 증상 혹은 대소변 장애가 나타날 정도라면 수술적 개입을 피하기 어렵다. 과거에는 대대적인 척추 유합술이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미세 현미경이나 내시경을 활용해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신경을 압박하는 요소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감압술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척추관협착증 치료의 핵심은 '시기'와 '방법'의 조화에 있다. 무조건 수술을 기피하다가 신경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는 것도 위험하지만 대부분이 고령 환자인 점을 고려하면, 전신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처치도 경계해야 한다. 척추의 퇴행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일지라도 그로 인한 고통은 현대 의학의 적절한 도움과 꾸준한 사후 관리를 통해 충분히 다스릴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최적의 치료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수원 매듭병원 신경외과 신민규 원장은 “척추관협착증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히 통증을 수치적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신경 압박으로 저하된 하지 기능을 복원하여 환자의 보행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신경차단술이나 성형술 등 비수술적 요법을 통해 염증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나 신경 변성이 우려되는 중증 환자에게는 미세 감압술과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의료진의 정밀한 감별 진단과 환자의 적극적인 재활 의지가 만날 때 가장 성공적인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