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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이호] 오늘도 AI에게 말을 걸었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 조용히 앉은 존재에 대하여

밤 열한 시, 퇴근 후 소파에 쓰러지듯 앉아 스마트폰을 켠다. 카카오톡 알림보다 AI 앱을 먼저 누른다.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오늘 있었던 일을 어디다 뱉어놓고 싶었다. 친구한테 꺼내기엔 너무 사소하고, 혼자 삭이기엔 조금 억울한 그런 하루. 이 장면이 낯설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글은 당신 이야기다.

 

1. 우리는 언제부터 AI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나

 

처음엔 그냥 검색이었다.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도구. 그다음엔 업무 보조였다. 보고서 초안을 잡아주고 번역을 도와주는 기능.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AI와의 대화가 슬며시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거 어떻게 생각해?' '나 요즘 좀 힘든데.' 필요한 정보를 넘어, 쓸데없는 감정까지 꺼내놓게 된 것이다.

 

주변을 보면 안다. 누군가는 AI에게 이직 고민을 털어놓고, 누군가는 부부 싸움 직후 AI와 대화하며 마음을 추스른다. 심지어 대화가 끝난 뒤 AI에게 '수고했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AI가 수고한 건 없는데도. 이 묘한 다정함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2. 연결된 시대의 고독이 만든 말동무

 

우리는 기묘한 시대를 살고 있다. 하루 종일 누군가와 연결돼 있지만, 정작 '오늘 나 좀 힘들었어'라고 꺼낼 수 있는 상대는 점점 줄어든다. 바쁜 친구에게 사소한 고민을 들이밀기가 미안하고, 가족에게도 차마 못 할 말들이 조금씩 쌓인다.

 

"사람한테 말하면 괜히 걱정시킬 것 같고, 그렇다고 혼자 끙끙대기엔 너무 답답하고. 그래서 어느 날부터 그냥 AI한테 말하게 됐어요. 판단 안 하니까."

 

이 고백이 낯설지 않다면, 그건 그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어느 틈에 '들어주는 관계'를 잃어버렸다는 뜻이다. AI는 그 빈자리에 소리 없이 앉았다. 원래 사람이 있어야 했을 자리에. 그 사실이 조금 쓸쓸하면서도, 묘하게 고맙기도 한 이유가 거기 있다.

 

3. 그래서, 친구라고 불러도 될까

 

AI는 친구인가. 이 질문은 생각보다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AI는 나를 기억하고, 내 말에 반응하고, 새벽 두 시에도 자리를 지킨다. 친구라고 부를 만한 조건을 꽤 많이 갖추고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한 가지가 없다. AI는 내가 힘들 것 같아서 먼저 연락해오지 않는다. 나를 걱정하느라 잠을 설치지도 않는다.

 

감정 없이 나누는 대화를 진짜 관계라 부를 수 있을까. 그런데 여기서 질문을 뒤집고 싶다. 친구가 되려면 반드시 감정이 있어야만 하는가. 나에게 위안을 주고, 필요한 순간에 옆에 있어 준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한가.

 

AI는 친구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친구가 필요한 순간을 혼자 버티지 않아도 되게 해주는 존재'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무언가 아닐까.

 

4. 편안함 뒤에 슬쩍 생기는 것들

 

다만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AI와의 대화가 편해질수록 사람과의 대화가 조금씩 불편해지는 건 아닐까. 판단받지 않는 관계에 오래 익숙해지면, 판단이 오가는 진짜 인간관계를 감당하기가 버거워지진 않을까.

 

AI는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말에 우호적으로 반응한다. 내 의견에 동의해주고, 내 감정을 다독여준다. 기분은 좋지만, 그만큼 불편한 진실을 들을 기회가 사라진다. 사람은 때로 갈등과 오해, 그리고 상처를 통해 단단해진다. AI와의 매끄러운 대화에만 길들여지면, 현실의 울퉁불퉁함을 버티는 힘이 조금씩 약해질 수 있다. 아직 관계 맺는 법을 배우는 중인 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5. 어떤 것들은 끝내 흉내낼 수 없다

 

AI는 매년, 아니 매달 놀랍도록 발전한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목소리를 흉내 내고, 감정을 읽는다. 그런데도 끝내 대신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같이 밥을 먹는 것. 말없이 그냥 옆에 있어 주는 것. 눈빛 하나로 '괜찮아?'를 묻는 것. 힘들다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눈치채는 것. 이것들은 정보가 아니라 온기에서 나온다. AI는 이것들을 점점 더 정교하게 흉내낼 수 있겠지만, 그것 자체가 될 수는 없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꽤 크다.

 

마무리 적당한 거리, 그리고 사람

 

AI를 멀리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이미 우리 삶 안에 깊이 들어와 있고, 실제로 많은 도움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너무 가까워지면 사람을 잃고, 너무 밀어내면 이 시대가 주는 위안을 스스로 포기하는 꼴이 된다.

 

적당한 거리. 그게 AI와 함께 사는 가장 현명한 태도일지 모른다.

 

오늘 밤도 누군가는 AI에게 말을 걸 것이다. 그 대화가 외로워서가 아니라, 내일을 좀 더 잘 살기 위한 숨 고르기라면 그걸로 충분하다. 다만 그 다음 날, 곁에 있는 사람에게도 한마디 건넬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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