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최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열린 '2025 신한 쉬어로즈(SHeroes) 컨퍼런스'에서 여성 리더들에게 당부한 말이 화제다. 그는 “여성이라는 틀을 깨고 신한의 중심에서 솔선수범하는 진정한 리더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언뜻 보면 매우 긍정적이고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메시지다.
하지만 신한카드 내부 현실은 이 메시지와 심각한 괴리를 드러내고 있다. 신한카드 임원진 17명 중 여성 임원은 단 2명(11%)뿐이며,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은 44%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이 남성 직원보다 평균 9개월 더 오래 근무하지만, 급여는 연간 2,400만 원이나 더 적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에서 과연 여성 직원들이 ‘여성이라는 틀’을 스스로 깨고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이러한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은 2018년 신한카드의 성차별적 채용 논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신한카드는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여성 지원자 92명을 부당하게 탈락시켜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처벌 받은 바 있다. 조직 차원의 뿌리 깊은 성차별 관행이 드러난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결국 신한금융이 진정으로 원하는 여성 리더십과 다양성 존중은 형식적이고 표면적인 프로그램으로는 결코 달성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신한카드가 카드업계 1위를 유지하고 ESG 경영이라는 사회적 흐름을 진정성 있게 따라가기 위해선 내부적으로 만연한 유리천장부터 깨야 한다. 조직 내 공정한 평가와 투명한 급여체계를 선결하지 않는다면, 진 회장의 메시지는 결국 '공허한 외침'에 불과 할 것이다.